김여정 “尹, 핵 정당성 부여해준 ‘은인’”
2024.01.03 06:24
수정 : 2024.01.03 06:2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핵전력을 고도화시킬 정당성을 부여한 ‘은인’이라며 비꼬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대비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2일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보내는 신년메시지’ 제하 담화를 내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이 1일 발표한 이른바 신년사라는 것을 보면서 내가 이 은사를 깜빡 놓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며 “올해 상반기까지 한미 확장억제 체계를 완성하겠다고 역설하는 것으로 우리에게 보다 압도적인 핵전력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당위성과 정당성을 또 다시 부여해줬다”고 강변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증강된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완성하여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며 한국·미국·일본 협력과 한미 핵협의그룹(NCG)를 통한 핵 기반 군사동맹을 거론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새해에도 윤 대통령이 우리 국가의 군사적 강세의 비약적 상승을 위해 계속 특색 있는 기여를 하겠다는 데 대해 쌍수 들어 크게 환영하는 바”라며 “지금 조선반도(한반도)의 안보 형세가 당장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매우 위태롭고 안보 불안이 대한민국의 일상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윤 대통령의 ‘공로’”라면서 자신들의 핵 위협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그러면서 “안보를 통째로 말아먹은 윤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그쪽 세상에서는 장차 더해질 것이 뻔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위적이며 당위적인 불가항력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단단히 공헌한 ‘특등공신’으로 찬양받게 되어있다”고 했다.
특히 “9·19 북남 군사 분야 합의(9·19 남북군사합의)의 조항을 만지작거려주었기에 휴지장 따위에 수년간이나 구속당하던 우리 군대의 군사 활동에 다시 날개가 달리게 되었다”며 “자기의 행동, 내뱉는 언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겠는지조차 아무런 걱정이 없는 용감한 대통령이 출현한 것은 우리에게는 더없는 호기”라고 비아냥거렸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강행에 맞대응해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북 감시·정찰을 강화했다. 그러자 북측은 군사합의 전면 폐기를 선언하며 DMZ(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는 물론 판문점까지 무장하고 나섰다.
김 부부장은 “북정권과 군대는 ‘소멸해야 할 주적’으로 규정하고 떠들어주었기에 우리는 진짜 적이 누구인지 명백히 하고 대적관을 서리찬 총창처럼 더더욱 벼릴 수 있게 됐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을 염불처럼 떠들어주었기에 민족의 화해·단합과 평화통일과 같은 환상에 우리 사람들의 눈이 흐려지지 않게 각성시킬 수 있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밝힌 ‘통일 불가’ 주장을 거듭했다.
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 결론발언에서 “우리를 ‘주적’으로 선포하고 외세와 야합해 ‘정권붕괴’와 ‘흡수통일’ 기회만 노리는 족속들을 화해와 통일 상대로 여기는 것은 더 이상 우리가 범하지 말아야 할 착오”라며 “대한민국과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게 노동당이 내린 결론”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그동안에는 우리나라를 적대하면서도 ‘우리 민족끼리’라는 기치 하에 민족 기반 접근법을 고수해왔는데, 이를 전격 철회하고 교전국이라고 공식적으로 선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선희 외무상 주도로 대남사업 부문 기구들 개편에 돌입했다.
김 부부장은 윤 대통령을 문 전 대통령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영특하고 교활한 사람이었다. 문재인의 평화 의지에 발목이 잡혀 우리가 전력 강화를 위해 해야 할 일도 못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며 “우리에겐 핵과 미사일 발사 시험 금지를 간청하고 돌아서서는 미국산 F-35A를 수십대씩 반입하고 여러 척의 잠수함들을 취역시켰으며 상전에게 들러붙어 미사일 사거리 제한 조치의 완전 철폐를 실현시키는 등 할 짓은 다 한 것이 바로 문재인”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생각해보면 만약 제2의 문재인이 집권하였더라면 우리로서는 큰 일일 것”이라며 “무식에 가까울 정도로 용감한 윤석열이 대통령의 권좌를 차지한 것은 우리에게 두 번 없는 기회”라고 비꼬았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