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치닫는 남북경색..尹정부 “원인은 미북 하노이 결렬”
2024.01.04 07:00
수정 : 2024.01.04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 평화통일은 환상”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내놓은 발언이다. 수십 년 동안 지켜오던 ‘우리 민족끼리’라는 민족 기반 대남접근법을 뒤집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남북경색 상황이 사실상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이를 감안하며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나간다는 입장이다. 담대한 구상을 계속 추진함은 물론 ‘통일준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30년 묵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도 새로 고친다는 계획을 세울 만큼 남북경색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수위 높은 비난을 두고 “우리 국민들에게 대북정책에 대한 판단·인식의 혼돈을 불러오려는 의도”라며 “우리민족끼리를 대체할 대남 선전 구호를 준비하며 그에 맞춰 조직을 개편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그러면서 현재 남북경색에 대해 “북측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파국을 맞은 뒤 더 이상 대화와 교류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조건을 물려받은 정부가 그 여건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런 여건을 현실적으로 인정하면서 그 바탕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빅딜’을 시도했지만, 끝내 결렬됐다. 그 전까지 수차례 열었던 남북·미북·남미북 회담 결과가 무색해진 순간이었다. 이후 북한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부터 시작해 잦은 군사 도발과 핵 선제공격 개헌 등 지금까지 적대 수위를 높여왔다.
다른 통일부 당국자는 3일 본지에 “하노이 결렬 이후 북한이 미련 없이 우리나라를 적대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로서는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전임 문재인 정부보다 윤석열 정부가 대화에 적극적이었다는 해명도 나왔다. 대화의 전제 문제에서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는 비핵화 전격 합의가 전제인 빅딜 방식이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담대한 구상은 대화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지원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현 정부는 남북대화를 트기 위해 애초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담대한 구상의 전제조건을 이단 대화를 하자는 쪽으로 틀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지난 2022년 11월 발간한 ‘비핵 평화 번영의 한반도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정책’에 따르면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로드맵의 첫 단계로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북한 민생개선 시범사업 등 초기조치와 ‘포괄적 합의’ 도출 단계를 둔다.
관련해 통일부는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하면 포괄적 합의에 이르기 전이라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과 민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선(先) 비핵화 요구와는 다르다”며 “(또) 열린 구상이라 북한이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면 협의해나가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북경색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담대한 구상 추진을 견지하는 이유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2일 시무식에서 “새해에도 정부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담대한 구상을 일관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이 결국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 핵전력을 공동운용하는 한미 확장억제 압박이 지속되면 북한이 결국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김 장관은 “봉쇄전략을 입안해 평화적으로 자유세계의 냉전 승리를 이끈 미국 전략가 조지 케넌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 비유를 제시한 바 있다”며 “북한은 태엽 감은 장난감 자동차처럼 강력한 한미 억제체제의 벽에 막혀 태엽이 풀려 멈춰 서 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