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국제표준 전문성으로 XBRL시장 선점"
2024.01.04 18:47
수정 : 2024.01.04 18:47기사원문
현재 국내에서 대형 4개사 말고는 대다수 회계법인이 사실상 걸음마 단계다. 돈이 되는 딜(M&A)이나 필수부문인 감사에 투입될 자본·인력을 빼긴 어려워서다. 대응팀을 만든 사례도 더러 있지만 실제 수주를 받기까진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와중에 한 스타트업 컨설팅업체가 대기업을 고객으로 모시면서 묵묵히 자기 길을 가고 있다.
김현웅 선솔루션 대표이사(사진)는 4일 "전문성에 가장 큰 가치를 뒀고 고객사들도 이를 인정해준 것으로 본다"며 "수익성에 목적을 둔 무리한 업무수임보다는 품질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라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국내 '빅4' 중 하나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지난해 6월까지 약 16년을 일했다. 지난 2017년 감사본부에서 근무할 당시 금융지주를 담당하며 XBRL을 접했다. 이후 XBRL센터 개소 후 합류해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 금융감독원 재무공시선진화추진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품질'은 기업이 금융당국 '정정공시' 요청을 받지 않게 만들어주는 결과를 뜻한다. 나아가 국내외 투자자들이 회사정보를 더 명확히 인지·비교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 투자유인을 마련하는 수준의 서비스다. 김 대표는 "정보기술(IT), 회계지식 모두 필요한 작업"이라며 "전산으로 이뤄지고 세부적인 국제표준들을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처음부터 창업을 할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XBRL을 수년간 다뤄보고 XBRL 활성화에 대한 금융당국 의지를 몇 차례에 걸쳐 확인하면서 마음을 굳혔다. 두려웠으나 XBRL이라는 '돌팔매질'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의 도전은 결과적으로 혜안이 됐다. 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현대캐피탈, 크래프톤, 롯데카드, SL, SK리츠운용, 농협케미컬, 비씨카드 등 굵직한 고객사들이 포진해 있다. 대표를 포함해 회계사 3명이 이뤄낸 성과다.
기업 규모가 크다고 해서 작업시간이 더 들진 않는다. 관건은 해당 회사가 기존에 얼마나 XBRL 공시에 가까운 형태로 일을 해왔는지다. 오히려 대형사가 해외법인이 있거나 XBRL 관련 소통이 수월해 작업 진행이 빠르다. 그 덕분에 업무에 허덕이기보다는 추가 수임의 여지가 열려 있단다.
김 대표는 당분간 회사를 컨설팅업체로 유지할 방침이다. 향후 인력이 늘고 사업범위가 확대되면 회계법인이나 감사반 전환을 고려해볼 수 있지만 당장은 XBRL에 집중키로 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 해외시장도 노려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개인적으로 처음 XBRL 업무를 수행했던 곳이 미국 상장기업이었다"며 "전문가그룹과 업무팀이 구분돼 있지 않아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공시정보를 가공해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데이터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XBRL은 투자 결정에 쓰는 '활용'이 목적인 만큼 검색·조회 툴이 만들어진다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