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후진한 음주운전 차량..1심은 무죄, 항소심은 "불가능"
2024.01.07 10:11
수정 : 2024.01.07 10: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탄 차량이 30m가량 후진했는데 1심과 항소심의 결과가 달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울산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입주민인 50대 A씨는 경찰의 음주 측정에 혈중알코올농도 0.118%가 나와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차량 한 대가 인도까지 올라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당시 A씨가 술을 마신 채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몰아 30m가량 후진한 것으로 봤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일 대리기사가 차를 몰아 아파트 주차장에 정차하고 떠난 후 A씨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그로부터 40분가량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이후 차량이 후진하기 시작했는데 A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A씨는 차량이 후진해 인도에 걸친 상태에서도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그대로 있었던 점 등을 볼 때 A씨가 처음부터 운전할 의도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봤다.
A씨 또한 재판 과정에서 에어컨을 조작하려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를 건드렸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운전석에 있다가 의도치 않게 변속기 레버를 후진 쪽으로 당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죄를 물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는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 구조상 A씨가 의도적으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차량의 변속기 레버는 주차 즉, 'P'에서 후진 'R'로 직선 형태로 한 번에 움직여지지 않는 '⊃'자 형태 동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P'에서 'R'로 레버가 움직이려면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조작해야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시간 정차, 인도 위 정차 등 다소 비정상적인 운행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음주 영향으로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