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거부로 미궁 빠진 ‘쌍특검법’ 향방은
2024.01.07 14:40
수정 : 2024.01.07 14: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여사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특별검사)법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미궁에 빠지게 됐다. 민주당은 거부권 행사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라 법조계도 쌍특검법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다.
헌재 심판 청구 가능성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해 충돌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국가기관 상호 간의 권한이나 그 범위에 대한 다툼이 생긴 경우, 헌재가 헌법해석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는 제도다. 대통령의 배우자에 대한 특검법을 대통령이 거부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재표결을 진행하게 되면 법안이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둔 대응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에서 다시 표결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법안은 폐기된다. 다시 말해, 여권에서 상당수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쌍특검 시행은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쌍특검법의 향방이 불투명한 만큼, 현재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도 “사안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특검법이 통과되고 특검팀이 구성되면 통상 검찰의 수사 기록은 모두 특검으로 이관된다.
앞서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50억 클럽 의혹 진행 상황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사를 할 것”이라며 “수사를 하려면 준비 과정도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50억 클럽 의혹은 법조, 언론계 인사 등을 상대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거액의 로비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과 박영수 전 특검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함께 지목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는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시세조종 관련자 등을 조사했고 사안의 실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수사는 지난 2020년 4월 열린민주당이 주가조작 과정에 자금을 제공한 '전주'로 김 여사가 의심된다며 고발하면서 시작돼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2021년 12월 권 전 회장과 공모자 등을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의 경우 당시 기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던 만큼 1심 재판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직접적인 판단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재판부는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주가조작에 김 여사 계좌가 동원됐다고 해서 주가조작 공범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사전 인지 여부 등에 대한 입증이 이뤄져야 한다.
지금껏 13차례 특검 출범…'성과·독립성' 도마
특검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위공직자의 혐의점이 발견됐을 경우,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물을 특검으로 임명해 사건을 수사하게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1999년 일명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과 ‘옷 로비 사건’을 시작으로 특검이 도입됐다. 당시에도 두 가지 특검이 동시에 진행됐는데, 정작 관련자들 상당수가 무죄 판결을 받는 등 성과는 미미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8년에는 삼성 비자금 특검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에 대한 특검이 꾸려졌다. 조폐공사 파업 유도 및 옷 로비 특검에 이어 두 가지 특검이 함께 진행된 경우다. 삼성 특검은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재산 4조5000억원을 찾아내 관련된 전략기획실 임원 등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당시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을 구속하는 등의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13차례 출범한 특검 중 대부분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특검이 제도의 취지와 달리 중립적일 수 있느냐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국정농단 특검을 이끌었던 박영수 전 특검은 특검 재직 기간 딸과 공모해 화천대유로부터 11억원을 수수한 혐의 등 50억클럽 의혹에 연루돼 재판받고 있다.
이번 ‘쌍특검법’도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쟁성 입법이며 여당의 추천권을 배제해 정치 편향적인 특검이 임명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