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삼성·LG 카피캣 아니다"...기술력 강조하며 '판 흔들기' 나선 中가전

      2024.01.09 16:20   수정 : 2024.01.09 16:20기사원문
[라스베이거스(미국)=김준석 기자] 중국을 대표하는 양대 TV·가전사인 하이센스와 TCL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 개막을 앞두고 '글로벌 TV 시장 2위' 신경전을 벌였다. 그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카피캣(모방품)이란 조롱을 받던 하이센스와 TCL은 이번 CES에서 기술력을 강조하며 가전업계 판을 뒤흔들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중국색' 지우기 나선 하이센스...TV+AI 행렬 가세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8일(현지시간) 오전 9시에 진행된 하이센스의 프레스 컨퍼런스 컨셉은 '중국 지우기'로 요약된다.

이날 하이센스의 프레스 컨퍼런스 연사로 데이비드 골드 미국법인 대표(사장)을 비롯해, 더글라스 컨 상품마케팅 총괄과 크레이그 군터 생활가전 사업부장 등 미국인 임직원들이 나서면서 중국 기업으로서의 정체성 대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발광다이오드(LE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바짝 추격 중인 하이센스는 이날 ULED, QLED 등 미니 LED 제품과 레이저 TV 올해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했다.
'거거익선' 트렌드에 발맞춰 하이센스는 98인치와 110인치 QLED TV를 올해의 신제품으로 공개했다. 최신 모델인 100인치 QLED(모델명 U76N)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채택돼 밝은 곳은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만드는 HDR 효과의 향상, 소음 감소, 로컬 톤 매핑 기술 등을 갖췄다. 더글라스 컨 상품마케팅 총괄은 "독자기술 AI 칩셋인 '하이뷰 엔진 프로'를 신규모델에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NQ8 AI 3세대)와 LG전자(알파 11 프로세서) 등 TV 제조업체들이 TV 내 AI 프로세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에 하이센스도 적극적으로 가세한 모양새다.

데이비드 골드 미국법인장은 프레스 컨퍼런스 후 본지와 만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가치 중심적인 측면에서 보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에선 하이센스가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선다"라고 답했다.

TV 업체 넘어 IT 왕국 꿈꾸는 TCL...AI 탑재 스마트 글라스 '화제'

중국색 지우기에 나선 하이센스와 다르게 TCL은 창업자인 리둥성 회장이 직접 서툰 영어로 발표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리 회장은 30여년 전인 1990년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온 사진을 배경 화면으로 TCL의 변화상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 참석할 당시 CES에서 배정해준 부스 크기가 9㎡(약 3평)이었는데, 올해 1672㎡(약 505평) 부스를 꾸렸다"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해보였다.

일본 TDK사의 카세트 '카피캣'(위조품)을 제조하면서 성장하다 '가성비'를 무기로 글로벌 TV 제조 업체로 발돋움한 TCL은 TV를 넘어 가전, 웨어러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며 종합 정보기기(IT) 왕국으로의 변신을 천명했다.

TCL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TV 사업에 있어 '클수록 더 좋다(Bigger and Better)' 전략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TCL은 제품 로드맵을 공개하며 QLED TV의 경우 기존 43·50·55·65·75 인치 라인업에 98인치 신제품을 추가한다. 퀀텀닷(QD)-미니 LED TV(모델명 QM751G)의 경우 55·65·75·85 인치 라인업에 98인치 신제품이 더해진다. QD-미니 LED(모델명 QM751G)는 올해 115인치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하이센스를 비롯한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AI 프로세서인 AiPQ S5·Q6를 제작해 신제품을 중심으로 탑재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스캇 라미레즈 TCL 북미법인 마케팅·개발 부사장은 "AI 프로세서는 단순히 화질만 높이는 게 아닌, 스포츠 관람, 게임, 영화 감상 등 다양한 콘텐츠에 따라 맞춤형 밝기 등을 설정해 최고의 시청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TCL은 TV 제품에 집중한 하이센스와 다르게 IT 기기 사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TCL 관계자는 "2024년 한해 스마트폰 라인업인 50XL 시리즈 신제품 7종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히면서 "또 종이와 같은 질감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기술을 적용한 태블릿 'Nxtpaper'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TCL의 스마트 글라스 제품인 레이 네오 X2 라이트가 이날 피날레를 장식했다.
자체 AI인 레이네오 AI가 탑재된 레이 네오 X2 라이트는 착용시 AI챗봇이 비서처럼 사용자를 보조한다. 또 외국인과 대화할 때는 실시간으로 번역된 내용이 자막처럼 안경 화면에 표시되는 식이다.
스테판 스트레이트 TCL 모바일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현재 총 8개의 외국어를 지원 중"이라고 밝혔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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