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가 70년 지나도 생물에 치명적
2024.01.09 14:53
수정 : 2024.01.09 14:53기사원문
9일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김태영 교수팀에 따르면, 이 물질은 페인트 속 분산제에 첨가되는 알킬아민이다.
분산제는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 것을 잘 섞이도록 해주는 첨가제로, 수십년 후에도 토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번식을 억제하는 생식독성을 갖고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페인트 가루가 토양 생태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유럽 화학물질청 조사에 따르면, 페인트는 토양으로 유입되는 미세플라스틱 중 타이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1950년대의 외벽 페인트가 남아있는 옛 동독 지역의 폐가 주변에서 땅에 떨어진 페인트 조각을 모아 실험했다.
그결과, 페인트 가루가 토양에 1% 섞여 있을 때, 예쁜꼬마선충의 자손 수가 최대 약 60% 감소했다. 또 이러한 독성의 차이를 나타내는 핵심 원인 물질이 페인트에 분산제로 첨가되는 알킬아민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또 토양에 알킬아민이 25ppm(ppm, 무게대비 백만분의 일) 정도만 섞여 있어도 예쁜꼬마선충의 번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김태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외벽 페인트가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토양 독성을 나타낸다는 증거"라며 "시간이 지나 페인트 가루가 잘게 부서지면 페인트 표면적 증가로 독성 첨가제가 더 많이 유출돼 지금보다 훨씬 큰 환경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페인트의 특성을 고려해 페인트 첨가제에 대한 규제 정책을 보완하고, 첨가제를 보다 안전한 물질로 대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교수팀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 김신웅 박사후연구원과 마티아스 릴링 교수, 브라질 상카를루스 연방대 월터 발트만 교수와 함께 연구한 결과를 미국화학회가 발행하는 환경화학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