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앉은 지구촌… 선거·지정학적 리스크에 부채 더 는다
2024.01.09 18:01
수정 : 2024.01.09 18:01기사원문
■선진국·신흥시장 모두 빚 늘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이하 현지시간) 시장 전문가들을 인용해 올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대국의 부채가 급증한다고 전망했다.
미 자산운용사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미 재무부가 올해 4조달러(약 5236조원) 규모의 20∼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한다고 내다봤으며 이는 2018년(2조3000억달러)이나 지난해(3조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다. 캐나다 은행인 RBC캐피탈마켓은 미 정부의 국채 순 발행 규모가 오는 9월까지 12개월간 1조6000억달러(약 2103조원)를 기록한다고 내다봤다. 이는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RBC캐피탈마켓은 2025년에는 국채 순 발행 규모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기간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한다고 추정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빚이 늘어날 예정이다.
영국 내셔널웨스트민스터은행(NatWest)은 올해 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에서 경제 규모가 큰 10개국이 지난해와 비슷한 1조2000억유로(약 1723조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내다봤다. 순 발행량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6400억유로(약 919조원)로 전망된다. 2024년 영국의 국채 발행도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정부들도 올해 국채 발행을 늘린다고 예상했다.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규모는 지난해 사상 최고인 68.2%를 기록했다.
각국의 정부 부채는 팬데믹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다국적 정보분석업체 비주얼캐피탈리스트는 지난해 12월 5일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인용해 2023년 세계 정부 부채 합계가 97조1000억달러(약 12경7783조원)라고 보도했다. 해당 금액은 팬데믹 이전이었던 2019년에 비해 약 40% 증가한 금액이다. 세계 정부 부채 합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미국(34.2%)이었으며 중국(15.1%)과 일본(11.1%)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3위었다.
■선거철에 고삐 풀린 지출 약속
미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의 짐 시엘린스키 국제 채권부문 대표는 "적자가 통제를 벗어났고 통제 메커니즘이 없다"면서 향후 6∼12개월 사이 국채 발행이 심각한 걱정거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자산운용사 PGIM채권의 로버트 팁 국제 채권부문 대표는 "정부 부채가 20세기와 비교해 진정으로 불안정한 환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투자자와 신용평가사들이 이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올해 각국 정부의 지출이 불안한 원인 중 하나로 선거를 꼽았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후보들은 저마다 긴축대신 지출을 늘리겠다고 주장했다.
미 투자사 프랭클린템플턴의 데이비드 잰 유럽 채권 대표는 올해 11월 5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을 지적했다. 유력 후보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해외 안보지원과 복지 예산 등 대규모 지출을 예고했으며 이에 맞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국경 경비 강화와 대규모 감세를 강조하고 있다.
잰은 "두 유력 후보를 보면 선거 이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 않고, 높은 수준의 지출이 계속될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미국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지난해 4% 미만이었지만 향후 4년간 6.5∼8%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다. 미 정부가 빚 때문에 내야 하는 이자는 지난해 GDP 대비 3% 미만이었으나 2028년에는 4.5%로 늘어날 수 있다.
한편 미국 외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재정적자를 걱정해야 한다. IIF는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파키스탄을 거론하고 선거 및 지정학적 마찰로 인해 정부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IF는 "사회적인 갈등을 통제할 목적으로 대중영합주의에 편승한 정책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득세할 경우 정부 부채가 늘어나고 재정이 방만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높은 이자를 부담하고 있는 각국 정부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