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반일드라마 아냐… 크리처보다 '시대'에 집중"(종합)

      2024.01.10 14:31   수정 : 2024.01.10 14:31기사원문
정동윤 감독(왼쪽), 강은경 작가 사진=넷플릭스, 글라인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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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은재 기자 = '경성크리처' 강은경 작가와 정동윤 감독이 시즌2부터, 박서준 한소희 배우의 캐스팅, 독립군 왜곡 묘사 논란, 호불호가 엇갈린 평 등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극본 강은경/연출 정동윤)가 지난 5일 시즌1 총 10부작이 모두 공개됐다.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을 배경으로 두 명의 청춘 남녀가 크리처와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배우 박서준, 한소희, 수현, 김해숙, 조한철, 위하준 등이 출연한다.



'경성크리처'는 지난 2022년 1월 촬영을 시작으로 1회당 34~4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가 시즌1,2 약 750억원 가량의 대작이다. 2022년 10월 시즌1 촬영을 마친 후에도 약 1년 2개월의 후반 작업 끝에 드디어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공개됐다.
공개 직후 '경성크리처'는 글로벌 톱10 비영어권 3위, 전세계 69개국 톱10 안에 드는 성적을 기록했다.

'경성크리처'는 박서준, 한소희의 주연 배우 라인업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크리처 장르물이라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공개 후 장르보다는 멜로와 가족애에 중점을 둔 서사와 독립군에 대한 애매한 묘사 등으로 호불호가 갈리는 평을 받았다.

'경성크리처'를 연출 및 집필한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작품을 탄생시켰는데, 그 이유는.

▶(강은경 작가)이 시대를 다루는 것 자체가 엄중하고 가볍게 소비만 되는 드라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젊은 감독 배우들이 애를 써서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시대는 오래전부터 차곡차곡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일본에서 한류가 시작하면서 하겠다는 배우들도 없었고 일제강점기 드라마가 사라졌다. 선뜻 한류라는 큰 물결이 생기면서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그러다가 시대물에 관심을 가진 젊은 감독님을 만났다. 젊은 감독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 경성시대가 보고 싶었다.

제목이 '경성크리처' 이다 보니 장르적인 것에 사람들이 기대했구나 생각했다. 저는 쓰면서는 시대물에 더 집중했다. 시대를 하소연하듯이 쓰고 싶지 않았다.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버텨낸 사람들이 가진 수많은 코드 중 하나를 꼽다 보니 생존과 실종이었다. 군사 독재때 실종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들이 쌓였다.

-크리처물에 대한 기대치가 대중의 기대에 충족이 안 된 것 같다.

▶(정동윤 감독)제목만 보고는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가님과 이야기하던 도중에 모성애 코드가 들어간 크리처 이야기를 하게 됐다. 희생될 코드를 가진 크리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괴물과 맞서 싸우는 모험 이야기를 할 것이면 이 시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1945년은 큰 의미를 담은 년도다. 많은 슬픔도 있고, 이것이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해서 크리처에 접근했다. 일반 크리처물 처럼 다 죽이는 것보다 조금은 담백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물론 거기에 있어서 시청자 분들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은 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경성크리처'가 다양한 문화, 역사적 배경을 가진 전세계 시청자에게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없었나.

▶(강은경 작가) 저와 감독님은 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떤)입맛에 맞춰서 내놓은 작품은 아니다. '경성크리처' 작업을 하면서 넷플릭스 코리아 팀이 해외에 있는 글로벌 마케팅 팀에게 엄청 작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저희에게 '작가님 이 작품은 해외에서 안될 수도 있어요'라고 했는데, 저는 국내에서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와서 보니 글로벌 스코어가 좋더라, 가장 놀라운 게 일본 순위였다. 특별히 다른 나라처럼 광고가 많이 나간 것은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이 수치가 의미하는 게 뭘까 생각했다. 일본 10대들에게 731부대 구글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 이런 것을 보면 '하기를 잘 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과 장르적인 특성상 캐스팅이 쉽지 않았다고 했는데, 박서준, 한소희 배우 캐스팅은 어떻게 이뤄졌나.

▶(강은경 작가)저는 시작할 때 '박서준이 할까' 했다. 시작 단계에서 그린라이트가 왔다. 박서준 배우를 처음 만났을 때 이 작품 하는데 챌린지가 있지 않나 물어봤는데 '저는 그런 것 없고 작품이 좋으니까 하는 거예요' 라고 했다. 그 부분은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이 친구들의 결정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동윤 감독)'너무 쿨하게 그런거 상관 없어요'라고 박서준, 한소희 배우 다 그랬다. 출연 해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경성크리처'가)반일드라마 라고 접근한 것은 아니었다. 시대의 아픔, 어떻게 보면 2024년에도 느낄 수 있을 법한 것이 1945년에 융화되어 있다. 출연해준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경성크리처' 촬영 중 한소희 배우가 얼굴이 다쳤는데, 어떻게 다치게 된 것인가.

▶(정동윤 감독)처음에 '악' 소리가 나서 못 다가가겠더라. 엄마 괴물을 만나기 전에 한소희씨가 묶여있다가 뿌리치는 장면이었다. 쇠사슬을 차다가 너무 세게 차서 얼굴 쪽을 맞았다. 한소희씨가 진심을 다해서 연기했기 때문이다. 자기 때문에 촬영 못해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던데 빨리 병원 가라고 이야기해줬다.

-'경성크리처'는 모성이 있는 크리처가 등장하는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강은경 작가)왜 크리처에 모성을 심었냐고 하는데 출발 자체가 모성 본능 실험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와 731 부대에 관련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그 자료를 보고 며칠 잠을 못잤다. '이런 것까지 실험했던 거야?' 라고 생각했다. 어떤 상태의 크리처를 고민할 때 모성을 담을 수 밖에 없었다.

-'경성크리처'에는 크리처보다 박서준, 한소희의 러브라인이 주였다는 평도 있는데 어떤가.

▶(강은경 작가)생각보다 박서준, 한소희 배우의 멜로신이 많지는 않다. 절박한 상황에서 선남선녀가 만났기에 멜로라는 단어 보다는 절박한 서로의 끌림이 아니었나. 끌림을 때로는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동지애라고 생각할 수 채옥이(한소희 분)가 처음으로 장태상(박서준 분) 기억해달라는 말을 하는데 기억이라는 게 저에게 중요한 코드였다.남자에게도 여자를 좋아하는 순간을 기계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눈빛 하나일 수 있고 말 한마디일 수 있는데 그게 그 둘 사이에 존재했다고 생각했다.

-일각에서 독립군 이미지를 왜곡시켰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강은경 작가)작가는 상황 속에 있는 인물로 들어간다, 손톱 발톱 뽑히는 고문을 당할 때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상상을 하면 독립 운동을 했던 분들이 대단한 분들인 것이다. 대단함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얼마나 고통스럽고 참혹하고 비통한 일인지, 일본인 대 조선인이 아니라 사람으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다. 그런 점이 너무 멋있게, 영웅적으로 그리는 것도 때로는 폭력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다 그래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에 집중했다.

▶(정동윤 감독)마에다 유키코(수현 분)와 장태상(박서준 분)이 대화하는 부분에서 그런 지점이 나오는데, 독립군이라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고문을)사람으로서 당해내고 이겨낼 수 있을지 없을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경성크리처' 시즌2를 살짝 이야기하자면.

▶(정동윤 감독) 시즌2에도 크리처가 나온다. 시즌1에서 인간의 탐욕과 본연에 집중을 했다면, 시즌2의 포커스는 장태상(박서준 분) 윤채옥(한소희 분)이 다시 만나는 이야기, 그리고 잔재에 대해 초점을 맞췄다.
어떤 것이 변했고 어떤 것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속도감있게 7부작으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예고 키워드는 기억과 망각, 잔재다.
새로 등장하는 이무생, 배현성 배우와도 (호흡이)너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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