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00곳 물류센터서 로켓배송… 적자 끊고 흑자기업으로
2024.01.10 18:15
수정 : 2024.01.10 18:15기사원문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3·4분기 처음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한 쿠팡의 성장세가 거세다. 단순히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기술혁신을 통해 물류망을 전국적으로 촘촘히 채워 나가면서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편리성 격차까지 줄였다. 지역에 거점을 둔 물류센터를 통해 지역 일자리 창출 및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긍정 효과를 거두고 있다. 쿠팡이 유통업계에 몰고 온 새 바람은 이 같은 물류혁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쿠팡은 국내에 안착시킨 물류혁신 모델을 대만 시장에도 그대로 이식, K물류를 해외로 진출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8년 적자에도 6조원 이상 투자해 물류혁신
쿠팡은 2015년부터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이상 물류센터를 만들며 6조2000억원(2022년 말 기준)을 투자했다. 택배사들의 중간 유통단계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반면 제주·강원 같은 도서산간 지역을 포함해 전국 소비자에게 확대했다. 소비자 사이에선 "밤에 급하게 주문해 새벽 아침에 받는 물류시스템을 만든 것이 그야말로 혁신"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8년간 적자를 내던 쿠팡이 유통업계 강자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은 물류혁신으로 평가받는 로켓배송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소비자·파트너 혜택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 투자를 늘리는 결정적 계기였고, 중소기업부터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도 쿠팡에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쿠팡의 영업손실은 2016년 5652억원, 2018년 1조97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에서조차 쿠팡이 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쿠팡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최첨단 스마트 물류망을 확장하며 2022년 기준 12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특허 수는 동종 업계와 비교해 훨씬 많다. 이처럼 쿠팡은 적자가 쌓이던 기간에도 끊임없는 투자로 결국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놀라움과 부러움을 동시에 사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의 전국 물류망 구축은 수도권 등에 국한된 로켓배송 혜택을 소외된 지방으로 넓혔다는 점에서 소비자 삶의 질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해외수출에도 성공한 '로켓배송'
쿠팡의 로켓배송 확대와 2021년 뉴욕증시 상장은 국내 벤처생태계 활성화로도 이어졌다.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는 과거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수년 전만 해도 한국 기업 투자의 수익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지만, 쿠팡의 뉴욕상장을 분기점으로 투자자들이 먼저 '넥스트 쿠팡이 어디냐'고 묻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켓배송발 물류투자가 국내 빈약한 벤처생태계 확대에 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쿠팡의 혁신모델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쿠팡은 지난 2022년부터 로켓배송 모델을 대만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단순 점포 개설을 넘어 물류투자 기반의 비즈니스모델 자체를 수출하는 것은 쿠팡이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대만에 로켓배송을 론칭한 쿠팡은 2023년 하반기 2호 풀필먼트센터를 개소했고, 올 상반기에는 3호 센터를 개설한다.
지난해 쿠팡을 통해 해외진출한 중소기업만 1만2000곳 이상이며 이는 국내 소비재기업 수의 약 30%를 차지한다. 쿠팡을 통해 대만에 진출한 1년간 매출이 10배씩 뛴 중소기업도 등장했다. 대만 쿠팡을 포함한 쿠팡의 신사업부문 매출은 2023년 3·4분기 기준 전년 대비 40%가량 증가했다. 이에 대해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간 유통업체의 해외진출과 달리 '로켓배송 생태계' 전체를 수출한다는 점에서 전혀 새로운 의미와 형식의 수출모델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