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르는 '뇌속 노폐물' 잘 배출할 방법 찾았다

      2024.01.11 01:00   수정 : 2024.01.11 0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뇌 속 노폐물을 외부로 잘 배출해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뇌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는 뇌를 건드리지 않고도 가능해 뇌질환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고규영 혈관 연구단장팀은 뇌척수액이 뇌 밖으로 빠져나가는 림프관이 코 뒤쪽 비인두 점막에 넓게 망처럼 퍼져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이 림프관들이 하나로 모이는 목 림프관을 발견했으며, 이 곳을 펌핑하듯 수축·이완을 반복하면 뇌척수액이 잘 배출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진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1일(한국시간) 발표했다.


우리 뇌에서는 뇌 세포들의 활동으로 생기는 노폐물이 뇌척수액을 통해 중추신경계 밖으로 빠져나간다. 이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에 쌓이게 되면 신경세포를 손상시켜 뇌의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 신경퇴행성 뇌질환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특히 노화에 따라 뇌척수액을 통한 노폐물의 배출 기능은 현저히 감소한다. 이렇게 뇌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뇌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치매 같은 신경퇴행성 뇌 질환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연구진은 실험쥐를 이용해 뇌의 앞쪽과 중간 부위 뇌척수액이 비인두 점막 림프관망에 모인 뒤 목 림프관을 지나 목 림프절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배출되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늙은 생쥐의 비인두 림프관망은 심하게 변형돼 뇌척수액의 배출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관찰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노화된 생쥐에서 목 림프관에는 큰 변형이 없었다는 것이다.

목 림프관은 둥근 근육 세포들로 둘러싸여 있으며, 일정한 간격으로 판막들이 분포돼 있어 뇌척수액이 뇌 안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이를 착안, 림프관 근육 세포 조절 약물로 목 림프관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도록 했다. 그결과, 뇌척수액이 원활하게 배출되도록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즉, 뇌 외부에서 뇌척수액의 배출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은 것이다.

신경혈관 생리학자인 윤진희 선임연구원은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주요 배출 경로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며, "새 배출 경로를 통해 뇌 속 노폐물을 효율적으로 청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이자 의사과학자인 진호경 연구원은 "비인두 림프관이 노화 및 신경퇴행성 질환과 연관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에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실제 환자들에서 비인두 림프관이 어떻게 변형이 되는지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규영 단장은 "이는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비인두 림프관망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의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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