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인상 필요성'문구 삭제… 비둘기 색채 짙어진 한은

      2024.01.11 17:49   수정 : 2024.01.11 17:49기사원문
"한국은행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사태가 시장불안을 가져올 정도는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에 대한 한은의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한 것이다. 오히려 한은은 지난 금통위와 달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한은 나설 때 아니야…취약 中企 대상 금중대도 무관"

이 총재는 이날 태영건설 사태가 건설업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태영은 자기자본대비 부동산 PF에 보증한 액수가 타 회사와 차별화되게 높은 수준으로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우량 회사채 시장 등에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태영 사태가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경우 한은이 활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많다고 설명하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대포를 쏠 수 있고,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소총 쓸 정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시행키로 한 9조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이하 금중대)도 부동산 PF 리스크와 관련이 없다고 봤다. 금통위는 오는 2월부터 한도 유보분 9조원을 활용,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금리 기조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 2.0% 금리로 대출해 주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이 총재는 "확실하게 금중대 지원은 태영건설, PF 사태와 무관하다"며 "이번 금중대 지원 목적은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 시기상조인 가운데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돼 상대적으로 더 영향을 받는 취약업종, 특히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선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은 향후 부동산 PF 리스크를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은은 이날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부동산 PF 리스크를 언급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가 남아있던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피벗 기대감 불 지핀 한은…"금리인하는 시기상조"

한은은 이번 결정문에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하며 비둘기파적(완화 선호) 성향을 더 짙게 가져갔다. 해당 문구는 마지막으로 금리를 인상했던 지난해 1월 이후 지난해 11월 통방문까지 줄곧 포함됐으나 이번 통방문에서 사라졌다.

실제 금통위원들도 기준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동안 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0%로 유지하자고 했다"면서 "이번에는 5명 모두 3.50%로 유지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75%까지 열어두자는 견해를 바꾼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물가둔화 추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11월에 비해 국제유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 국외 경제불안 위험이 많이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이 실제 긴축 기조를 단시간 내에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가상승세가 뚜렷하게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기 전까지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문구는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금통위원들은 현 상황에서 금리인하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올해 4·4분기 이후에나 목표 수준(2%)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물가전망 경로상 국제유가 및 농산물 가격 추이,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이유에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