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풍부한 대기업, 배터리·로봇 등 신사업 M&A 나설 것"
2024.01.11 18:22
수정 : 2024.01.11 18:22기사원문
길기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재무자문본부장이 보는 2024년 M&A(인수합병) 시장이다. 경기 침체에도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배터리, 로봇, 바이오 등 신사업에 전략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외 관련 업체와 합작회사(JV) 설립 등 다양한 M&A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LIG넥스원이 미국 로봇 개발·제조업체인 고스트로보틱스를 사들이는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해외로 눈 돌리는 韓기업
길 본부장은 11일 "그동안 4차산업을 거론해왔지만 이에 따른 변화는 미미했다. 테슬라 등 새로운 양식의 회사가 자동차산업에서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로 뛰어들고,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수익 창출과 비용 절감을 넘어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기업은 개선이 아닌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M&A가 올해의 화두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노멀(보통 기준)이 된 만큼 국내 기업의 전략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합종연횡 성격의 합병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해당 산업의 1~3위만 살아남는 이른바 '톱티어(Top-Tier) 생존 시대'이기 때문이다. 중후장대 산업인 자동차부품, 수주산업인 건설, 금융 부문의 합병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AI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길 본부장은 "국내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대형 M&A에 많이 참여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M&A 시장을 통하지 않고도 탄탄한 입지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인 성장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로스보더 M&A(국경간 거래)를 위주로 로보틱스,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아웃바운드(해외) 투자가 이뤄지고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딜(거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전망에 근거해 보면 지난해보다 나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길 본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의 자금 경색과 거래 위축은 고금리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부동산 시장의 키를 금리가 쥐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봇(금융정책 방향 전환) 선언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는 4월 총선 이후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여기에서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했던 펀드 자금 등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 유동성 부족을 메우면서 딜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주로 메자닌(중순위)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정리되는 동안 유동성을 수혈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밸류에이션 갭(가치 차이)'을 어떻게 좁힐 지가 딜 성사의 관건이라고 판단했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위기 때 기억이 강력한 탓이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한국 시장의 자산에 짧게 영향을 미친 만큼 원매자들은 단기적 쇼크로 인한 기업가치(EV) 및 자산평가가 공정한 것인 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금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방향이 바뀔 수 있을 정도의 큰 '웨이브'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인구구조의 변화에 따라 한국경제가 서서히 내려앉고 있는 모양새"라며 "매도자 입장에서 희망사항을 고수할 수는 없다. 올해부터 경제적 예측, 전망치가 조금씩 보일 수 있는 만큼 매도자와 원매자 간에 간격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제적 대응으로 '딜' 발굴
이에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재무자문본부는 올해 선제적인 '딜' 발굴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Pre-Deal(사전 딜) 단계에서 자문을 통해 딜 기회를 모색하고, 거래를 창출한다. 산업전문가와 M&A 전문가를 한 팀으로 묶어 섹터에 대한 전문성을 높였다.
올해는 CF(코퍼레이트파이낸싱, 매각 자문) 커뮤니티의 성공적인 안착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3년 12월 초에는 CF 커뮤니티를 킥오프했다. 그가 직접 CF 이사급들의 딜을 관장, 티저레터(투자설명서)의 질(質)을 높이기로 했다. 획일적인 매각 티저레터가 아닌 각 원매자 맞춤형 정보 제공을 위해서다. 케이스스터디도 정기적으로 개최, 매각자문 인력의 실력을 높이기로 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