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동차 굴기, '추월 차선' 들어섰다...日 제치고 세계 1위 車 수출대국 등극

      2024.01.12 06:20   수정 : 2024.01.12 11: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중국의 '전기차 굴기'가 매섭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가 지난해 4·4분기 전기차 판매대수에서 미국 테슬라를 추월하더니, 이달 중으로 중국 자동차 업계가 연간 수출실적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대국에 등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전환기, 중국 자동차 업계가 '추월 차선'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中, 연간 3천만대 판매 돌파...日 제치고 수출 1위 전망

12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23년 중국 신차 판매 대수(수출 포함)가 전년비 12%증가한 3009만4000대를 기록, 처음으로 3000만대 판매 고지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일명 '신에너지차'로 불리는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비중은 31.6%다. 전기차 등 신에너지차 판매는 949만5000대로 전년비 37.9% 급성장했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등 자동차 제조 강국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중국차가 내수를 넘어 해외시장으로 거세게 진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57.9%증가한 491만대다. 불과 2018~2020년 100만대 안팎에 머물렀던 자동차 수출이 2021년 200만대로 증가하더니 2022년 300만대, 2023년엔 500만대에 육박한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조만간 일본의 연간 자동차 수출 통계가 발표되는대로,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수출대국 1위에 오를 것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11월 통계까지 나온 일본(약 400만대 수출)과는 약 90만 대차이다. 일본이 12월 마지막 한 달 분을 더한다고 해도, 중국을 추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수출 비중 약 8%) 등 외국계 합작 기업의 수출실적도 포함되는 수치라고 하나, 이들 기업이 중국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을 더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전기차 굴기 전략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십수년간 중국 자동차 시장 1위를 달린 폭스바겐 마저도, 중국 전기차 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도요타 역시 중국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BYD와 협력해 전기차 bZ3를 출시했다. 내연차 기술을 전수받았던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이제는 역으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전수해주는 위치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국 전기차들의 이같은 급성장에 폭스바겐,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들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하락세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배치 사건 이후 절치부심하며, 중국시장 공략에 재시동을 건 현대차·기아는 1%대 점유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업계는 여기서 한 술 더 떠, 올해 신차 판매 전망을 2023년 대비 3% 증가한 3100만대로 제시했다. 이중 수출 전망치는 약 12% 확대된 550만대다. 되레, 일본, 독일 등 자동차 대국들과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BS는 중국이 2년 연속으로, 올해도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中 자동차 급성장 배경 '셋'

완성차 업계에서는 △20년에 걸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육성정책 △중국 전기차 기업의 공격적 해외 진출 전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 시장이라는 수출 전략지역을 확보했다는 점 등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약 200개 이상 국가 및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국들이 중국산 자동차 수입 견제, 자국 자동차 산업 보호를 위해 각각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녹색산업법 등의 무역장벽을 들어올렸지만, 중국차의 공략도 만만치 않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는 일본차들의 텃밭인 동남아시장을 겨냥해 태국에 첫 해외 공장(2024년 가동) 및 연구센터를 구축했으며, 유럽의 보호무역 장벽을 뚫기 위해 헝가리에 유럽지역 1호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마케팅 공세도 거세다. 거액을 들여 미국 디트로이트 모토쇼, 독일 IAA, 일본 재팬모빌리티쇼 등 국제 모터쇼에 출전, 중국차 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입차의 무덤'이라는 일본에서는 2년 내 수입차 2위인 BMW(연간 3만대 판매)의 아성에 도전하겠다며 일본 전역에 딜러망을 구축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중국 자동차가 전체 판매량의 20%를 차지, 미국의 턱밑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트럭·버스 등을 중심으로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 버스의 절반(47%)이 중국업체 제품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러시아 시장을 치고들어간 것도 수출 증가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2년 중국의 대러시아 자동차 수출은 16만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5배가 넘는 80만대 이상으로 폭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 직전까지만 해도, 러시아 시장은 현대차가 1, 2위를 달리던 곳이었다. 서방의 대러 제재로 현대차를 비롯해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 닛산 등은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한 상태다.

완성차 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중국이 전기차·배터리 제조에 있어 이미 기술적으로 우위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BYD는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 반도체까지 일관생산 체계를 구축했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들의 기술 수준이 예상외로 높다"고 반응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전역의 자동차 기업만 100여개 이상"이라며 "내수시장 자체가 광활하기도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 지방정부의 투자, 정부 차원의 충전인프라 확대 등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산업이 급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업체들의 텃밭 지키기와 해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중국 업체들의 밀고 밀리는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유럽의 중국 자동차 기업들을 향한 보호무역 장벽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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