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2부 최동훈 “도사 나오는 영화감독의 운명...농부의 방식으로 일했죠”

      2024.01.12 09:28   수정 : 2024.01.12 09:5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1년 6개월간 집과 편집실만 오갔죠. 기존엔 어부의 방식으로 일했다면 (개봉 연기로) 후반작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농부의 방식으로 일했어요. (1편 흥행 부진으로) 처음에는 정말 힘들었는데, 6개월이 지나자 마음이 편해지면서 내가 원래 영화 만들기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죠.”(최동훈 감독)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부터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까지 만드는 족족 흥행했다. 특히 ‘도둑들’과 ‘암살’은 각각 1298만명과 1270만명을 동원했다. 두 편의 천만영화를 보유한 최동훈 감독은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였다.



멀티캐스팅이 흔치 않던 시절 ‘도둑들’에는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톱스타급 배우가 총출동했다. ‘암살’에는 전지현 이정재 하정우가 출연하며 최감독 작품에 대한 톱스타 배우들의 신뢰도를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기대에 비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우치’도 600만명이 봤다.

그랬기에 2022년 7월 ‘외계+인’1부의 흥행성적은 거의 충격에 가까웠다. 코로나19이후 극장시장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겨우 154만명을 모으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1부와 2부를 한꺼번에 촬영해 순차 개봉하려던 계획은 1부의 예상치 못한 흥행부진으로 차일피일 늦춰졌고, 그나마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서 생각보다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1년 6개월만에 2부가 지난 10일 개봉했다.

약 1년 6개월간 2부 편집과 컴퓨터 그래픽 작업에 매달린 최동훈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실패를 모르던 감독, 40대 후반에 첫 흥행 시련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는 ‘실패를 모르는 감독이었다’는 말에 “처음에는 되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하면 꼰대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는 진짜 영화를 좋아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결과를 떠나 영화를) 만드는 게 즐겁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죠. 지난 1년 반 동안 집과 편집실만 오갔는데 6개월쯤 지나자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지면서 그게 관객에게 전달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또 “영화감독의 운명이란 이런 것이구나, 받아들여야겠다, 도사가 나오는 영화다보니 내가 도를 닦는다는 마음도 들었다”고 부연했다.

“2부가 개봉하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진짜로 그날이 오니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미안한 사람들도 많죠.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배우들에게 특히. 후반작업 이렇게 길게 한 것은 처음입니다. 예전에는 3일 빡세게 하고 이틀씩 쉬는 어부의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농부처럼 매일매일 하고, 목욕 재계하고 관객의 마음으로 모니터링했죠.”




‘외계+인’ 2부는 그가 52번째 편집 끝에 완성한 영화다. 2부 도입부를 만드는 데만 6개월 가량 걸렸다. 그는 “뮤직비디오처럼 멋있는 버전도 있었다”며 “사건의 전모를 아는 캐릭터가 김우빈이 연기한 썬더와 (김)태리씨가 연기한 이안뿐이라 두 사람께 각각 여러 차례 내레이션 녹음을 부탁했다. 결국 임무를 띤 이안이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김태리씨가 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는데, 그때 태리씨가 우빈 오빠 어떡하느냐고 걱정했다”며 1부의 흥행실패를 딛고 2부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를 엿보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끊었던 담배를 이번 영화를 편집하며 다시 핀 그는 다시 담배를 끊을 생각이냐는 물음에는 “헤밍웨이가 100번 담배를 끊었다”며 “근데 저는 기분이 좋을 때 담배를 피고 싶다. 원래는 2부 개봉하는 날 끊을 생각이었다”며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다.

‘외계+인’ 시리즈는 최동훈 감독의 장기 중 하나인 각각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다. 특히 극중 ‘웃음’을 책임지는 두 신선과 고양이 우왕좌왕 캐릭터가 손에 꼽힌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캐릭터들이 관객들 마음속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는 모두가 각자 삶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영화를 찍게 됐습니다. 멀티캐스팅을 위한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아무래도 ‘전우치’의 유전자가 있습니다. 한 영화 뒤풀이 자리에서 준열씨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 배우가 도시를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딱 하나 물어봤어요. 와이어를 잘 탈수 있냐고. 준열씨가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무륵을 내일이라도 궁금한 일이 생기면 바로 문 열고 나가는 호기심 많은 캐릭터라고 설정했는데, 준열씨는 자기가 실제로 능력이 있는 사람인지, 능력이 있어 보이려고 하는 사람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요.“

두 신선에 대해서는 득도를 했으니 오히려 근엄하기 보다는 어린애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발짝 먼저 화내고, 당황하고 서두르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염정아씨는 세 번째 작업인데 매번 할 때마다 좋았습니다. 정말 배우와 캐릭터 얘기는 너무 할 말이 많습니다.”

그는 영화를 만들면서 “무조건 흥미로운 스토리 쓸 것, 매혹적인 캐릭터를 만들 것, 그리고 관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를 목표로 삼는다”고 했다.

그동안 그의 영화는 이 세 가지 목표를 다 충족했다. ‘외계+인’ 시리즈는 발상은 기발했지만 스토리의 흥미도는 전작들에 비해 떨어졌다. 그 여파로 캐릭터의 면면은 매혹적이나 스토리와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하면서 파괴력은 떨어졌다. 그래도 영화가 끝난 뒤 이 캐릭터들의 잔상은 여전히 남는다.


정성과 완성도를 높인 ‘외계+인’ 2부에 대해 한 네티즌은 “1부도 그랬지만 2부도 기존 한국영화에 없는 색다른 느낌이 있는 영화라서 좋았다”고 호평했다.

“무륵이 너무 호감캐릭터에 우왕이 좌왕이는 좀 슬펐다” “조우진, 염정아 나오는 신들은 다 괜찮았고 1부에서 지적되었던 부분들은 감독이 영혼을 갈아 넣은 편집으로 많이 해소된 것 같다”는 반응도 눈에 띈다.


'외계+인' 시리즈는 영화감독 최동훈을 만든, 그의 10~20대를 열광하게 했던, 전 세계 온갖 장르의 대중문화 흔적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처럼 이 작품도 너무너무 만들기 어려웠어요. 신인 감독에게 이렇게 큰 예산의 작품을 맡기진 않겠지만, 정말 신인 감독이 된 기분이었죠."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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