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중고시장, 비중 12%로 성장...업체들 골머리

      2024.01.14 07:02   수정 : 2024.01.14 07: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명품업체들이 뿌리를 뽑기 위해 애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명품 중고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명품 시장 규모가 지난 4년 총 매출 1조3000억달러(약 1709조원)로 연간 4108억달러(약 540조원)짜리 시장으로 성장한 가운데 중고 시장 역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이하 현지시간) 베인앤드컴퍼니 추산을 인용해 지난 한 해 명품 중고시장이 450억유로(약 64조81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신제품 가격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것과 달리 중고 시장 가격은 명품업체 의지와 관계없이 시장 수급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에 명품업체들은 중고시장을 탐탁치 않아 한다.

그러나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신제품 가격 책정에도 영향을 미쳐 명품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고시장에서 진정한 가치 판가름


명품의 진정한 가치는 중고시장에서 판가름이 난다.

새 제품이 아무리 고가더라도 소비자들의 평가가 박하면 중고시장에서는 찬 밥 신세를 못 면한다.

대부분 명품도 일반제품처럼 새 제품 가격이 중고보다 비싸지만 일부 제품들은 중고 가격이 훨씬 높다.

한정생산이라는 특성 탓에 신제품을 받는데 오래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에르메스다.

에르메스 핸드백은 중고가격이 신제품보다 평균 25% 더 비싸다.

희소성이 높은 핸드백 가격은 훨씬 더 높은 웃돈을 줘야 한다.

에르메스 버킨25백 기본형은 새 제품이 약 1만달러(약 1300만원) 수준이지만 중고 가격은 2배가 넘는다. 프라이비포터 같은 주요 중고딜러에서 이 제품을 사려면 2만4000달러는 줘야 한다.

고가의 시계를 소량 생산하는 롤렉스, 파텍필립 같은 스위스 시계 중고 가격도 신제품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워치차트 데이터에 따르면 롤렉스는 평균 20%, 파텍필립에는 평균 39% 웃돈이 붙는다.

반면 프랑스 명품재벌 모에헤네시 루이뷔통(LVMH)의 루이뷔통, 크리스찬디오르 핸드백은 중고로 나오면 거의 절반 가격이다.

더리얼리얼에 따르면 루이뷔통 핸드백은 중고가격이 신제품의 60% 수준이고, 크리스찬디오르 백은 중고로 나오면 거의 반토막이 난다.

브랜드 혁신 효과도 확인

중고시장은 명품 브랜드의 브랜드 재단장에 대한 시장 반응이 확인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더리얼리얼에 따르면 현재 브랜드 개혁이 진행 중인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중고 가격은 지난 1년간 급등했다. 시장이 브랜드 개선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영국 명품 버버리는 브랜드 개선에 나선 뒤 중고가격이 되레 17% 하락했다.
버버리는 2022년 영국 디자이너 대니일 리를 고용해 새 디자인을 내놓으면서 도약을 꾀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신통찮다.

프랑스 명품 재벌 케링도 마찬가지다.
케링의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는 중고시장에서 지난 1년간 가격이 각각 10%, 14%, 23% 하락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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