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감독의 진짜 시험대 … "전술 부재” “재택근무” 부정적 시선 모두 털어낼까
2024.01.15 08:58
수정 : 2024.01.15 09: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전상일 기자]한때 아시안컵은 대표팀 사령탑의 '무덤'이기도 했다. 1996년 박종환, 2000년 허정무, 2007년 핌 베어백 감독이 모두 아시안컵 성적 부진으로 물러난 바 있다. 즉 한국의 A매치에서 월드컵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아시안컵이다.
최근 미국 ESPN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날선 비판이 서려있는 기사를 올린 바 있다.
아시아도 아닌 미국에서 아시안컵에 관심을 가지며 클린스만 감독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내놓았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ESPN은 지난 9일 '손흥민 보유한 한국…클린스만이 적합한 감독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소개했다.
ESPN은 "클린스만 감독은 바이에른 뮌헨(독일)에서 한 시즌도 안 돼서 경질됐다. 필립 람은 이후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적으로 무능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표팀에서 겪은 실패를 중점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에서 코스타리카에서 0-4로 패하면서 미국에 32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실패를 안기고 떠났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2019년 말부터 2020년까지 독일프로축구 헤르타 베를린을 이끈 76일간은 처참한 시간이었다”라며 “(독일 방송) 도이체 벨레는 ‘독일 대표팀의 성공 이면에서는 (클린스만이 아닌) 요아힘 뢰프가 진짜 힘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6년 독일 대표팀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3위로 올려놓았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을 코치로 보좌한 게 뢰프 전 독일 대표팀 감독이었다.
ESPN은 “한국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의 전술, 전략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미국 축구 팬들은 이런 광경이 익숙하다”라며 “한국으로 거주지를 옮기겠다는 약속도 지키지 않아 비난받았다”고 해설했다
지난해 2월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후 재택근무 등 그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소개한 ESPN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우리나라에 찾아올 첫 번째 고비가 8강전이라고 봤다. 클린스만호는 현 전력대로라면 중동의 맹주 이란을 8강에서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ESPN은 "2019년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아시안컵 8강 탈락 후) 태극 전사들을 이끌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 무대로 반등을 이뤄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질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다만, 하늘은 클린스만 감독을 돕고 있다. 역대 어떤 감독도 갖지 못한 완벽에 가까운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 손흥민이나 김민재의 기량이 절정에 올라있다. 여기에 이강인이나 조규성, 황인범 등의 기량도 덩달아 올라오며 최고치를 향하고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은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평가받는다. 유럽파만 무려 12명에다가 중원과 공격진은 전원 유럽파로 구성되어있다. 선수단 부상도 없다. ESPN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강력한 선수단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진운도 좋은 편이다. 조1위로만 올라가게 되면 우승 후보인 일본과 호주도 결승전까지는 만나지 않는다. 8강에서 이란을 만나는 것 정도만이 고비일 뿐이지만, 우승을 위해서 이정도도 넘지 못하면 우승후보라고 할수 없다. 사실상 핑계거리가 없다는 말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 A매치 6연승으로 각종 불만을 잠재워왔다. 성적이 나기 시작하자 더 이상 부정적인 여론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아시안컵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다시 만회할 기회가 없다. 혹시나 이번 대회에서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이 나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엄청난 비난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올 것이 분명하다.
“전술적 부재”나 “재택 근무 논란” 그리고 최근 K리그 득점왕 주민규를 외면한 “새얼굴에 대한 혁신이 없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북미 스포츠매체 디애슬래틱 또한 1월 14일 기사에서 "최근 분위기가 좋은 한국에서 단 한가지 불안감이 있다면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부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해외에 기반을 두기로 결정을 했고, 자국 축구에 전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대표팀 감독을 보고 싶어 하는 축구 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손흥민이 부상당한 상황에서도 월드컵 16강을 일궈낸 전임 벤투와 클린스만 감독은 많은 비교를 당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디애슬래틱의 말은 사실이다. 대표팀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이번 대회에서 감독 연봉으로만 전체 2위다. 전혀 핑계거리는 없다.
성적이 나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철학이 그대로 받아들여 질 것이다. 거주지 논란도 사라질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그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질 전망이다.
하지만 처참한 성적이 나온다면 경질 요구가 강하게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의 모든 논란이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다. 독일이나 미국에서도 해당 대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의 성적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그때문이다.
과연, 클린스만 감독은 성적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우고 대한민국 축구의 새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을까. 어쩌면 이번 대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인생을 가늠짓는 중요한 대회가 될 수도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