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획' 사이에 '기괴의 생명력'… 김현봉 선생 유작展
2024.01.14 19:47
수정 : 2024.01.14 19:47기사원문
"서예는 붓을 뼈로 삼고 먹은 살이 되어 피를 만들어 그 가운데 정신과 기괴의 생명력을 표출해야 한다. 자연보다 더 큰 스승은 없다. 물고기들이 물속을 유영할 때 그 유연함 모습과 곡선미, 나뭇가지들이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모습이나 새들의 날갯짓에서 부드러움과 민첩함을 배우고, 거대한 바다의 일렁거림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힘을 보태며 이런 것들이 모두 서예의 선과 획으로 영향을 준다.
경남 거제 출신으로 지난 2015년 향년 97세로 별세한 서예가 국정 김현봉 선생의 작품을 부산에서 감상할 수 있는 보기드문 '유작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부산 강서구 명지 국제2로 '한빛갤러리'(관장 김이화)에서 마련한 이번 유작 전시회는 김현봉 선생이 유손에게 물려준 작품들을 중심으로 선보이고 있다.
김현봉 서예가는 오랜 교편생활 동안 자신의 호를 딴 국정체(菊井體)라는 독보적 글씨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 국내외로 이름을 떨친 인물로 통한다.
중국 21개 서법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한 동남아 정예작가대전란회에 초대돼 출품작이 예술대상과 서화맹인증을 수상한 김현봉 서예가는 한국을 넘어 중국, 일본, 대만 등 한자문화권 나라에서도 큰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일본 국제서법대전람회 해외 초대작가로 나가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중국·동남아 정예작가대전란회까지 초대돼 예술대상을 받았다.
교육자로서 43년 동안 교편을 잡고 경남 거제 장목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한 그는 1998년 옥관문화훈장 영예를 안기도 했다.
김현봉 선생은 일곱살 때부터 붓을 잡아 90여년간 붓을 쥐고 물고기가 유영하는 모습, 등나무가 자연의 현상을 따라 엉켜 있는 곡선미, 나뭇가지가 미풍에 흔들리는 자연현상 등을 그려 문자의 풍부한 회화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서예대가로 평가를 받았다.
그는 생전에 "90년 가까이 붓을 잡았는데도 붓을 들 때마다 두려움이 앞서며 아직도 모자람을 느낀다"면서 "고희를 넘고부터는 '글은 재주로 쓰는 것이 아니라 경륜과 덕으로 쓰는 것'이라는 섭리를 겨우 터득하게 됐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서예가 후손으로 대부분의 유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김이화 한빛갤러리 관장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서체는 유명 화가의 미술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과 감흥을 불러일으켜 대부분의 애호가들이 '이런 글은 처음 본다'는 첫 느낌을 피력하곤 한다"고 전했다.
김 관장은 "이번 유작 전시회를 시작으로 김현봉 서예가의 작품세계를 알리기 위한 특별전을 지속적으로 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거제사랑21세기협의회는 동양서예사에 큰 획을 그은 국제서화예술명인 '국정 김현봉 서예관' 건립에 앞서 소장하고 있는 1000여점의 작품을 정리한 책자를 편찬하기도 했다.
경남도와 거제시에서는 경남 거제 장목면에 '국정 김현봉 서예가 기록관'을 건립하기 위해 올해 추진위원회가 발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