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고금리에 지갑 닫는 가계....“민간소비, 3년 만에 '역성장' 하나”

      2024.01.15 15:52   수정 : 2024.01.15 15:5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성장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 보복소비 수요로 민간소비가 증가했으나 펜트업(억눌린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가 약화하고 고금리 장기화에 가계 소비 여력이 쪼그라든 여파다. 더구나 올해 4·4분기에나 물가가 잡힐 것으로 보이며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옅어져 체감 경기는 더욱 얼어붙을 전망이다.



■민간소비 침체 심화...“회복세, 예상보다 더디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불변가격·전년 동기 대비) 0.2%로 사실상 제자리걸음하며 6·4분기 만에 주요 7개국(G7)의 민간소비 증가율(1.2%)에 추월당했다. 이는 OECD 평균(1.5%)에도 미치지 못한 증가세다.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보복소비의 여파로 2021년부터 반등하며 그 해 4·4분기(6.1%)까지 성장폭을 키웠고 지난 2022년에도 3~5%대 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2·4분기(1.6%)부터 급감하더니 3·4분기에는 1%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에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코로나19 충격이 최고조였던 2020년 4·4분기 이후 3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소매판매·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가 매우 부진한 상황에 고물가까지 겹치며 가계의 소비 여력이 크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헤 1∼11월 재화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불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지난 2013년(-3.1%) 이후 20년 만에 '마이너스'다.

한은도 민간소비 부진을 공식화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중간 점검을 해보자면 소비는 지난해 11월에 예측한 것보다 다소 낮아져 성장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향후 민간소비가 “양호한 고용사정과 가계소득 증가에 힘입어 점차 회복되겠으나 고금리 영향으로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하며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해(1.9%)와 비슷하게 예측했는데, 이보다 회복세가 더뎌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물가 잡혀야 금리 인하 가능해...“내년 초에나 소비 반등”
문제는 올해 상반기 피봇(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소비 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이 총재가 기준금리를 8번 연속 동결하면서 “향후 6개월 정도는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자, 국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최소 3·4분기 이후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점진적으로 시작돼도 경기 전체에 온기가 퍼지는 데까지는 시간 차가 있어 소비 침체가 계속된다는 분석이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실질소득이 지난해 1% 감소한 가운데 올해도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 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상반기에 3%대 물가가 유지되고 4·4분기에나 물가가 잡히면서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나 소비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더구나 미국의 지난달 CPI 상승률도 3.4%로 전월보다 0.3%p 높아지고 연방은행 총재들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 쏟아내며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점차 옅어지는 등 대외여건도 나빠진 상태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근원 CPI도 전월(4.0%) 대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고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연준의 2% 목표 도달이 예상보다 쉽지 않다”며 “일부 기관들은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너무 낙관적으로 봤고 연준도 금리 인하에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제조업 경기가 작년보다는 개선된 상황이라 실제 소득 측면이 지난해보다 나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고금리가 제약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제조업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특성상 지난해보다는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실질소득 개선 요인이 있다”며 “다만 회복속도가 11월 전망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더딜 수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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