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안 팔아"...'비트코인 현물 ETF' 논란 여전
2024.01.15 16:43
수정 : 2024.01.15 16: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상자산은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인가.'
미국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지만 투자자산으로서의 신뢰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양분..."비트코인 ETF, 투기적"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비트코인 ETF에 대해 “매우 투기적”이라며 “주식과 채권, 현금과 같은 자산군에 초점을 맞춘 뱅가드의 균형잡힌 장기 투자 포트폴리오와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현물 ETF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상반된 입장이다.
뱅가드를 비롯해 메릴린치, 씨티그룹, 에드워드존슨, 노스웨스턴뮤추얼 등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신규 자금이 대규모 가상자산에 유입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향후 유입될 신규 자본의 규모는 규제기관 방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해당 ETF를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피델리티 등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매수하려는 사용자를 상대로 ‘위험 인내도가 높은, 경험 있는 투자자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조항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수탁업체가 코인베이스에 집중돼 있는 것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 가운데 8개의 비트코인 수탁업체가 코인베이스다.
블록체인 보안회사 핼본의 데이비드 슈웨드 최고운영책임자는 "소수를 제외하고 승인을 신청한 거의 대부분이 수탁업무업체가 코인베이스"라며 "단일 수탁업체에 극단적으로 많은 자산이 집중돼 있다는 점, 특히 가상자산의 현금과 같은 특성을 고려할 때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그는 "해킹할 수 없는 대상이란 없다"며 "비트코인은 현금, 금과 같은 무기명 자산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해킹은 마치 서부개척 시대의 은행 강도와 같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도 결정 늦춰질 것"
국내 금융당국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발행과 중개 모두 금지하고 있다. 가격 조작과 변동성 리스크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국내서 거래된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비트코인 선물계약이 기초자산이라 만기 롤오버 등 관리가 복잡한 편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을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결제 사고나 현물 거래소 파산, 해킹 등의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다.
금융당국은 '현물 ETF 승인'이라는 사실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겐슬러 위원장의 성명문을 눈여겨ㅂㄴ 것으로 전해진다. 겐슬러 위원장은 "금속 등 일반상품 기반 ETF의 기초자산과 달리, 비트코인은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크며, 많은 불법행위에 이용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절반이 원화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FTX 파산 등이 국내에서 생긴다면 미국처럼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워낙 커서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을 걱정하는 금융당국은 기존 금융과 가상자산을 분리하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갈린다. ETF 전문가인 에릭 발추나스 애널리스트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대표인 이더리움 현물 ETF가 승인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에 반해 JP모건은 “SEC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할 확률은 50% 이하”라고 회의론을 전했다.
이더리움 현물 ETF의 경우 제출된 신청서 중 가장 빠른 최종 검토 기한이 오는 5월로 잡혀 있는데 이 때 승인 결정이 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은행 TD코웬은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전까지 이더리움 현물 ETF가 시장에 출시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TD코웬은 "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상품(ETP)를 출시하고 충분히 시장에서 경험을 쌓은 후에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가상자산 기반 ETP를 출시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