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잔고 바닥, 자살충동, 조건없는 사랑"...'성난 사람들' 작품상 등 에미상 8관왕 기염
2024.01.16 13:20
수정 : 2024.01.16 13: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2년 9월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가 각각 들어 올렸던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한국계 이성진(43) 감독과 스티브 연(41)이 이어받았다.
지난해 할리우드 파업으로 연기됐던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렸다. ‘방송의 오스카’로 불리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이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무려 11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고,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남녀배우상을 휩쓸며 무려 8관왕에 올랐다.
'성난 사람들'은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이성진), 작가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을 수상했다. 앞서 지난 6~7일 열린 프라임타임 크리에이티브 아츠 에미상에서 받은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합치면 8관왕이다.
이성진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처음 LA에 왔을 때 통장 잔고가 마이너스(-) 63센트였다"며 "그땐 그 무엇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었고, 제가 이런 것(트로피)을 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또 "작품 초반 등장인물의 자살 충동은 사실 제가 겪었던 감정들을 녹여낸 것"이라며 "이 쇼를 보고 자신의 어려운 경험을 털어놔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 제가 잘못된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가끔 세상은 사람들을 갈라놓으려는 것 같다고 느낀다. 이 시상식에서조차 누군가는 트로피를 가져가고 누구는 아니다. 그렇기에 이런 세상에 살다보면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고 사랑받을 가능성조차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성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조건 없이 사랑해준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성진 감독은 "2008년 방송 작가로 데뷔해 활동할 때만 해도 내가 지은 미국식 이름 ‘소니 리(Sonny Lee)'를 썼지만 2019년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식 이름에 자부심을 느껴야겠다, 훌륭한 걸 만든 사람의 이름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변화를 밝힌 바 있다.
스티브 연은 골든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 이어 에미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굉장히 힘든 시절도 있었지만, 저를 지켜준 굉장히 많은 사람이 있었다. 함께 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판단을 하는 건 쉽지만 남에게 공감을 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촬영 도중 힘들어하던 자신에게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해줬던 포토그래퍼와의 일화를 언급하며 "솔직히 (배역) 대니로서 살기 힘들어, 멋대로 판단하고 조롱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 편견과 수치심은 아주 외로운 것이지만, 동정과 은혜는 우리를 하나로 모이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10부작인 '성난 사람들’은 사소한 사건으로 촉발된 현대인의 분노를 세밀하게 그려낸 블랙코미디로 지난해 공개 5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TV쇼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관왕에, 14일 미국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서도 4관왕에 올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