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성병 옮긴 '룸살롱 단골' 남편…이혼 사유 되나요?
2024.01.18 08:49
수정 : 2024.01.18 09:16기사원문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성이 임신에 따른 병원 검진과정에서 '성병' 판정을 받았다.
아내는 사업을 핑계로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살다시피 하는 남편으로부터 전염된 것이 분명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참기로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남편이 동남아로 잦은 해외출장을 떠나자 아내는 이렇게 마음 졸이고 살 수는 없다며 이혼을 결심했다.
단순히 남편의 유흥업소 출입이 잦다는 이유만으로 이혼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18일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등장했다.
운송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남편과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는 결혼 10년차 A씨는 "남편은 회사가 성장할수록 여러 거래처와 만난다는 핑계를 대며 룸살롱에 자주 드나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성매매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A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 병원에 검진하러 갔다가, 성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 임신 전 검진에선 성병이 없었기 때문에 남편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잘못될까 봐 가슴 졸였던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이어 "요즘 남편은 사업을 키우면서 동남아를 자주 다니고 있는데 혹시 해외에서도 성매매하거나 부정행위를 하는지 꺼림칙해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제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임신 중 성병에 걸린 원인이 남편인 것 같은데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서정민 변호사는 "A씨가 성병에 걸렸다는 그 자체만으로는 남편에게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보기가 어려워 남편이 어떤 경위로 성병에 걸린 것인지 확인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병이 남편으로부터 옮긴 것으로 추정해볼 수는 있다"고 말한 서 변호사는 "배우자가 성병에 걸린 경우 혼인관계의 바탕이 되는 신뢰가 훼손될 수 있는 사정에 해당하고 그 사정이 현재 혼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아서 유책사유를 인정한 법원 판례가 있다"고 했다.
해당 판례에 대해 서 변호사는 "아내가 남편으로 인하여 성병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이 된다고 주장한 사안으로 부정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더라도 혼인관계의 바탕이 되는 신뢰가 훼손될 수 있는 사정, 그러한 사정이 현재까지도 혼인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 아내가 남편의 해외사업에 대하여 듣지 못한 점, 남편이 해외에 장기체류한 것을 정당화할 사유가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남편의 유책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 변호사는 A씨의 경우는 위 판례와 형태가 다르기에 A씨에게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즉 "다른 여성과 대화 내역, 성매매일 경우에는 업주와 예약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역, 숙박업소에 출입하였을 경우에는 영수증이나 카드 사용 내역과 같은 증거 등"이라는 것.
해외에서의 성매매 의심에 대해선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방문했다는 증거를 개별적으로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남편의 부정행위가 재산분할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선 "재산분할은 혼인파탄 책임과는 다른 문제이기에 남편의 부정행위가 재산분할 기여도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위자료 액수 산정에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A씨의 경우 2000만원 이상 위자료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