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고' 직면한 원화에 "원·달러 환율, 보름 새 50원 폭등"

      2024.01.18 16:42   수정 : 2024.01.18 16: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연초부터 원화가 주저앉고 있다. 지난달 말 1280원대까지 떨어진 환율이 올해 들어서만 50원 넘게 오르며 1350원대 진입을 목전에 뒀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옅어짐과 동시에 중동과 대만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하고 중국과 일본 등 아시아 통화 가치가 떨어지는 등 '삼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 인하 컨센서스가 조성된 만큼 원·달러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서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 달 전(1297.2원)보다 42.5원 오른 133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올해 개장일인 1월 2일부터 13일 연속 1300원대에 머물렀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이틀 새 25원 가까이 급등한 1344.2원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해 11월 1일(1357.3원) 이후 약 두 달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기 금리 인하? 너무 앞서갔다" 기대감 다시 후퇴
원·달러 환율이 상방 압력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하를 시사하고 시장에서 3월 금리 인하설이 힘을 얻자 환율은 1290원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연준 이사들이 진화 발언에 나서면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는 힘을 잃고 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과거처럼 빠르게 금리인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가 여전히 탄탄한 것도 피봇(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국의 지난해 말 소매 판매는 계절 조정 기준 7099억달러로 전월보다 0.6% 늘어났다. 이는 예상치(0.4%)를 웃돈 결과로 지난달 수치(0.3%)보다 상승폭이 두 배 늘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의 올해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연초 80%대에서 이날 55%까지 내려왔다.

■지정학 리스크·휘청이는 아시아 통화도 악재
전세계적으로 대두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위험자산 선호가 감소하는 것도 달러 강세를 부추겨 환율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미국이 예멘의 반군 후티를 공습하면서 중동 리스크가 재점화됐고 최근 미사일 실험에 나선 북한은 대남 위협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대만의 친미 성향 총통 선거와 관련해 대만 해협 긴장감이 높아지는 것도 변수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 성향인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후보 당선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가 점증하고 있다”며 “대만과 중국 간 갈등 증폭 우려는 위안화 가치 하락과 금융시장에 불안심리를 높이며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등 아시아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며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의 연초 노토반도 강진 등 영향으로 달러·엔 환율은 130엔대에서 147엔대로 상승하는 등 엔저를 이어가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화권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인민은행이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동결해 반등 기대감이 약화된 것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해 10월처럼 1350원을 한 달 가량 넘어서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3월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은 약화됐지만 2·4분기 중 금리인하는 여전히 유효하고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피봇이 지연됐지만 2·4분기 피봇 예상은 유효하기 때문에 달러·엔 환율의 추가 상승폭도 제한적”이라며 “지난해 1월처럼 환율이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설명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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