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신상폭로'에 열광하나… 사적제재 범람시대
2024.01.18 18:10
수정 : 2024.01.18 18:10기사원문
■법원, '사적 신상공개'에 '유죄'
사적 제재는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라는 데에 상당수 시민들은 공감하고 있다. 다만 무분별한 사적 제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법체계와 국민 법 감정의 차이를 줄이려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본창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지난 4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비방을 목적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약한 처벌 중 하나인 선고 유예가 내려졌지만 배드파더스의 활동을 유죄라고 본 것이다. 구씨는 지난 2018년부터 제보를 받아 양육비 미지급자의 사진과 이름, 출생연도, 거주지역, 직업, 직장명, 전화번호 등을 온라인 사이트에 올려 주목을 끌었다.
시민들은 공익적 목적으로 운영된 배드파더스에 과도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학원생 이모씨(30)는 "양육비에 대한 소극 행정이 하루이틀이 아니고 법을 바꾸라는 얘기가 나온지 언젠데 개선이 안돼 사적 제재까지 나온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저출생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선한 행위를 벌 주면 안 된다. 아이를 잘 키우는 환경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고모씨(35)는 "배드파더스는 영리 목적이나 신뢰성이 떨어지는 정보라고 볼 수 없다. 사회적 문제제기를 위해 이뤄진 일이라면 과도한 비난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장모씨(28) 역시 "공적 가치가 있는 사적 제재는 어느 정도 찬성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아쉽다"고 했다.
■"신상공개 잣대, 법 감정 맞게 개선해야"
전문가들은 잇따르는 사적제재 행위에 대해 현행 신상공개 기준이 국민 법감정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법률상 보완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형사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사적 제재가 잇따르고 있는 만큼 법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피해자와 일반 시민의 법 감정을 국가가 충족시키면 사적 제재가 나올 이유가 없다"며 "유죄를 무릎쓰고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를 이용해 소득을 얻는 사적 이익이 개입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형사사법제도는 사적 제재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국가기관이 보는 법의 잣대와 국민의 법 감정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부족한 법을 만들고 양형 기준, 처벌 조항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