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노린 마약·기술유출·스토킹 '양형기준' 상향...꼼수 공탁 손질
2024.01.19 15:12
수정 : 2024.01.19 15:3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대상 마약범죄자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도록 양형 범위가 상향 조정된다. 10억원 이상의 마약 거래를 해도 평생 수감시설에서 나올 수 없도록 양형이 강화된다.
또 국가 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린 범죄엔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초동에서 제 129-1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으로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스토킹범죄, 마약범죄의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양형 기준안은 향후 공청회,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 절차를 거쳐 오는 3월 25일 제130차 양형위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양형기준은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범행 경위와 결과, 상습성, 피해회복 여부 등 판단에 고려할 ‘양형 인자’를 규정하고 이에 따른 권고 형량 범위를 ‘감경’, ‘기본’, ‘가중’으로 나눠 제안한다.
일선 재판부가 양형 기준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벗어나 판결하려면 판결문에 사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이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미성년자 대상 범죄·대량 유통 '최대 무기징역'
19일 양형위에 따르면 우선 마약범죄 양형기준에 ‘미성년자에 대한 매매·수수 등’ 유형을 신설하고, 권고 형량범위를 최대 무기징역까지 상향하도록 권고했다.
또 마약범죄의 대량화 추세를 반영해 마약가액 10억원 이상일 경우, 영리 목적·상습범에게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마약범죄 재범률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 대마에 대한 수출입(기존 가중영역 3~6년에서 7~10년으로) 뿐만 아니라 투약과 단순소지죄(가중 10월~2년에서 1~2년)에 대해서도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의결했다.
양형위는 “10대 마약범죄 증가 추세에 대한 사회적 우려, 미성년자 대상 마약 범죄에 대한 양형 강화 필요성 등을 고려해 권고 형량범위 상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상대방의 동의 없이 타인에게 마약을 사용, 투약, 제공하거나, 성범죄 등 다른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약류를 이용했다면 ‘범행동기에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함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불특정 또는 다수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 △취급한 마약류의 가액이 5000만원 이상일 경우 △영업범 중 마약류 가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등을 특별가중인자로 설정했다.
양형위는 “매매 범행이 늘어나는 점,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같이 불특정 다수의 상대방을 대상으로 한 마약 제공도 사회적으로 큰 우려를 불러일으킨 점 등을 참작했다”고 전했다.
핵심기술 유출하면 최대 18년
양형위는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는 범죄는 감경 영역이면 2∼5년, 기본 영역이면 3∼7년, 가중 영역이면 5∼12년을 선고하도록 권고했다.
형량 선택에 큰 영향력을 갖는 ‘특별 양형인자’ 중 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1.5배까지 상한을 올릴 수 있어 최대 권고 형량은 18년이 된다.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하는 등 판사가 징역형의 집행을 쉽게 유예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권고에 넣었다.
양형위는 “기술 침해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기존 양형 사례나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 군의 양형 기준보다 상향된 형량 범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스토킹 범죄는 일반 유형은 최대 3년까지, 흉기를 휴대하면 최대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상향했다.
만약 흉기 등 휴대 스토킹 범죄에서 가중 영역에 들어가면 징역형만 선고하고 예외적으로도 벌금형을 선택할 수 없게 설정된다.
특별가중인자 설정에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경우 △비난할 만한 범행동기 등도 포함되도록 권고했다.
공탁만 하면 감경? 손질
공탁 관련 양형인자도 정비한다. 기술유출과 스토킹 범죄의 감경 인자 중 ‘(공탁 포함)’이라는 문구를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
공탁은 피해 회복 수단에 불과하지만, ‘(공탁 포함)’이라는 단어 때문에 마치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들였다.
양형위는 “공탁이 독자적인 양형인자가 아니라 피해를 회복하는 수단의 하나임을 분명히 하면서, 실질적 피해 회복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의 공탁금 수령의사, 피고인의 공탁금 회수청구권 포기의사 등을 신중하게 조사·판단하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