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사비' 황인범 종횡무진... 없었으면 어쩔뻔 했나
2024.01.21 10:00
수정 : 2024.01.21 10: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 정도면 아시아의 사비 정도로는 불러줄 수 있지 않을까. 황인범의 엄청난 존재감이 아시안컵을 달구고 있다.
카타르 도하에 입성한 이후 한국에서 MVP를 딱 1명만 꼽는다면 단연 황인범을 빼놓을 수 없을 듯 하다. 바레인전과 요르단전에서 무려 4골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인범의 활약은 사실 지난 바레인과의 1차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전반 38분 이재성(마인츠)의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한국이 2-1로 앞선 후반 23분에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쐐기골을 도왔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대참사를 막아내는 결정적인 중거리슛을 기록했다. 비록 해당 골은 자책골로 기록되었지만, 사실상 황인범의 골과 다름이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인 한국은 64계단 아래 있는 요르단(87위)에 우위를 보일 것으로 기대됐지만, 경기 양상은 매우 달랐다. 클린스만호는 무사 알타마리 등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운 요르단의 날카로운 창 끝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한국은 조규성(미트윌란), 손흥민(토트넘)을 세운 최전방의 예리함이 떨어지는 문제를 지난 바레인과 1차전(3-1 승리)에 이어 이날도 노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잇몸'인 황인범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9분 황인범의 예리한 논스톱 침투 패스가 손흥민에 대한 이라크 에산 하디드의 파울로 이어졌다.
주심은 총 4분에 걸친 비디오판독 끝에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손흥민이 이를 성공시켜 한국에 선제골을 안겼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37분 박용우(알아인)의 자책골, 전반 추가시간 요르단 야잔 알나이마트의 골에 역전당하고 말았다. 후반전 중후반부터 한국은 총공세를 펼쳤으나 슈팅은 계속 골대를 외면했다. 조규성 대신 오현규(셀틱)가 최전방 공격수로 교체 투입됐는데도 점수판에 변화는 없었다.
이번에도 황인범이 해냈다. 후반 46분 손흥민이 왼쪽에서 넘긴 컷백을 황인범이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한 것이 야잔 알아랍의 발을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다른 공격수들이 상대 문전에서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준 상황에서 미드필더 황인범의 해결사 기질이 제대로 빛났다.
황인범은 화려한 선수가 아니다. 평소에는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중원에서 연계 플레이에 집중한다.
그러면서도 득점 기회가 오면 잘 놓치지 않는다.
이날까지 A매치 52경기에서 6골을 올렸고, 프로에서는 통산 259경기 33골을 기록 중이다.
즈베즈다에서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데뷔골을 기록하는 등 리그에서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이번 대회에 한정해서 상대 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대는 조규성도 아니고 손흥민도 아니다.
바로 황인범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