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기금들, 자금난 속에 2006조원 조달...빚으로 연금 지급
2024.01.21 07:03
수정 : 2024.01.21 16:00기사원문
미국 대형 연기금들이 현금 부족 속에 1조5000억달러(약 2006조원)를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연기금 자산이 비상장 주식, 부동산 등 현금성이 낮은 자산에 묶이는 바람에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빌린 돈으로 주식에도 투자하고, 연금도 지급하고 있다.
대규모 차입 투자는 주식시장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증시 상승에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같은 기대가 무너질 경우 시장 하강을 가속화하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연금은 줘야 하고, 돈은 묶여 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대형 공공연기금 최소 8 곳이 현재 레버리지를 통해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최대 연기금 가운데 한 곳인 캘리포니아교원연금(캘스터스·CALSTRS)은 이달 연기금이 최대 300억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1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형 연기금들은 기업공개(IPO) 시장이 예상과 달리 지난해 회복에 실패하고, 상업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돈 나올 곳이 사라졌다.
상장이 언제될지 모르는 비상장 주식을 들고 마냥 기다릴 수도, 그렇다고 헐값에 보유 부동산을 매각하기도 어려운 가운데 찾은 대안이 돈을 빌리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캘스터스,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 위스콘신, 텍사스 공무원연금, 버지니아 연기금 등 8개 대형 연기금의 레버리지 규모는 1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비상장 주식 비중 급등
상당수 대형 연기금의 경우 현재 목표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이 비상장 주식에 묶여 있다.
IPO가 원활하게 이뤄지면 돈을 회수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점점 더 많은 돈이 비상장 주식에 묶이게 됐다.
캘스터스의 경우 지난 6년 연속 비상장주에 돈이 투입되면서 포트폴리오에서 비상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16.5%로 높아졌다. 목표에 거의 도달한 상태다.
이는 연기금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연기금은 매월, 또는 격주로 연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이 돌지 않으면 본래 목적을 상실하게 된다.
헐값에 주식을 넘기거나 아니면 돈을 빌리는 방법밖에 없다. 이들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상장 주식을 사들여 이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운용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하고 있다.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 장에서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위험한 투자다.
특히 일부 연기금은 레버리지에 따르는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잠재적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공공연기금 투자 자문사인 윌셔의 선임 자문 스티븐 포리스티는 일부 연기금은 이 분야에 사실상 무지한 상태라면서 연기금 기관투자가들이 레버리지의 장단점을 모두 파악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