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으면 애 안낳아… 신혼부부 행복주택 18평은 돼야죠"

      2024.01.21 18:33   수정 : 2024.01.21 18:33기사원문
백약이 무효. 올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낮은 출생률 이야기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는 멈출 수 없다. 조금씩이라도 나아져야 한다.

파이낸셜뉴스는 '인구 UP, 다시 플러스로' 시리즈를 통해 사회 곳곳에서 합계출산율 1.0명을 목표로 뛰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 효과적인 정책 마련을 위한 의견을 담아 본다. <편집자주>

빠르면 이달 말 정부가 새 저출산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파이낸셜뉴스는 현재 결혼·출산 과정을 거치고 있는 전국 30대 청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21일 대담 형식 토론에서 결혼·출산 당사자인 30대 청년들의 첫마디는 집이었다. "집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금자리가 마련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인 출산은 생각할 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일정 기간 아이를 낳으면 대출을 탕감해주는 일명 '헝가리 모델'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거주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온라인 방식(줌)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손윤희 보건복지부 청년보좌역이 사회를 맡고, 복지부 2030 자문단으로 활동 중인 이광배·최용은·임경민씨가 참여했다. 이광배씨와 최용은씨는 기혼자로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으며, 임경민씨는 올해 결혼한 신혼이다.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비교가 심한 문화, 결혼 허례허식 등도 결혼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앞으로 LH 행복주택 현실화와 공공기관 결혼식 확대, 유연근무제 다양화 등의 정책들이 청년들의 마음을 돌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봤다. 정치권이 저출산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청년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된 만큼 양당이 협치를 통해 좋은 정책들을 실현해 나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손윤희(사회)=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미루고 있는데.

▲이광배=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변 선후배, 고민하는 직장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국 핵심은 거주 문제다. 주변에 고연봉의 부부들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사기도, 전세를 얻기도 쉽지 않다. 결혼하면 보금자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

▲임경민=결혼을 미뤘던 이유는 개인적 경험에 기반해서 말하면 첫째는 돈이었다. LH 제도를 알아봤는데 공공임대 제도가 있지만 맞벌이를 하니 소득기준에 맞지 않았다. 임대주택 대상은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이다. 일상적으로 맞벌이를 하면 소득 초과로 지원조차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LH 행복주택 36㎡가 신혼부부용이라고 한다. 흔히 말하는 평수로 14·15평인데, 그게 신혼부부형이면 사실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수도 있다. 행복주택 신혼부부형을 최소 18평이나 24평으로 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손윤희=집 문제와 관련해 자녀를 낳으면 이자를 많이 깎아달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정책들을 해주면 결혼을 할 수 있을까.

▲임경민=아이를 낳았을 때 저리로 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사실 안정적 주거가 있어야 다음에 아이를 생각하는데, 안정적이지 않은 곳에서 '아이를 낳을 거면 대출해줄게' 이것도 힘들 것 같다. 애초에 신혼부부가 결혼할 수 있는 메리트를 줘 유입한 뒤 다음에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용은=집도 집인데 결혼자금도 문제니까 5년 이내에 결혼과 첫 자녀 출산을 하면 남편, 아내 각각 5000만원씩 부부 1억원 이렇게 (대출해)주고, 약속을 이행하면 전액 감면해주면 좋을 것 같다. 가칭 555정책이라고 생각해봤다. 경기 외곽에 있는데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혼수하고 힘들더라도 첫 보금자리는 작게나마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서울이 직장이 아니라면 굳이 서울에 살 필요가 있나. 살아보니 외곽도 나쁘진 않다.

▲손윤희=주변에서 비혼, 왜 결혼을 안한다고 하나.

▲이광배=우리 사회가 비교하는 문화가 많다. 문화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면 막연하고 장기적인 해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근본적인 문화와 분위기가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임경민=과도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 결혼을 꿈꾸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뉴스에서도 나왔듯 예전에는 소득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았지만 지금은 출산율이 소득과 정비례하는 느낌이다. 저소득층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게 만드는 사회의 시선들, 비교당하고, 인터넷 댓글의 "돈 없는데 애는 왜 낳냐" 등 저변에 그런 부분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홍예지(본지 기자)=청년 입장에서 꼭 담겼으면 하는 저출산정책은.

▲임경민=정부가 공공기관 청사를 개방해서 결혼식 비용을 줄여주겠다고 하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식사나 인테리어 부분 등이 잘 해결되지 않는다. 공공 결혼식장은 지자체 등이 운영하면서 인테리어나 식사 등의 퀄리티가 일반 결혼식장과 동일해야 한다. 실현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혼식 비용 절약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신혼부부 단계에 있어 적정 평수에 거주, 행복주택 이런 부분들로 공공임대여도 괜찮으니 신혼부부 때는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최용은=유연근무제가 확대됐으면 한다. 육아휴직 이후에 만 2세가 안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가정 양립은 2시간이든 1시간이든 일찍 퇴근하면 아이 데려오기도 수월하고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여유롭고, 아이 키우기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
imne@fnnews.com

홍예지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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