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는 착시”···합성 ETF가 퇴보하는 이유
2024.01.23 17:33
수정 : 2024.01.23 17:33기사원문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상장된 92개 합성 ETF의 순자산총액은 26조3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시장의 21.7%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1년(3.9%), 2022년(12.2%) 대비 비중이 대폭 커졌다. 상품 수도 이 기간 51개→69개→92개로 빠르게 늘었다.
하지만 상품 면면을 뜯어보면 이 지표를 시장 전체의 성장으로 해석하긴 힘들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 미국무위험지표금리(SOFR),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 상품이 포함돼 있어서다.
이들 상품은 모두 특정 금리를 따르며, 매일 이자를 수취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은행 상품과 달리,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고, 주식처럼 매도해 언제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덕분에 시장금리가 대폭 상승한 지난 2년여 사이 몸집을 크게 키웠다.
하지만 상품의 수익률을 보고 들어오는 것이 아니어서 ‘파킹형’으로 불린다. 합성 ETF 자체가 2013년 2월 ETF 투자범위를 실물 복제가 까다로운 해외지수·자산 및 원자재까지 확대시키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만큼 파킹형 상품을 빼고 시장 규모를 판단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다.
실제 이들 유형의 순자산을 제외할 경우 합성 ETF 비중은 2023년 말 기준 2.58%로 '뚝' 떨어진다. 앞선 2년 간의 수치도 각각 3.93%, 3.32%로 오히려 하락세가 나타난다.
비용 문제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합성 ETF는 기초자산을 실물 형태로 보유하지 않고, 거래상대방(증권사)과 수익률 스왑(교환)을 통해 지수를 복제·추종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운용사는 원화예금, 국채 등 대체자산에 따른 수익을 증권사에 지급하고, 그 대가로 해당 지수 수익률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이 때 ‘스왑 스프레드’ 등이 총보수나 증권거래비용과 별도로 따라붙게 돼 실물 ETF 대비 합계 비용이 커질 여지가 크다. 합성형은 포트폴리오를 직접 품고 있지 않아 배당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권민경 연구위원은 “합성 ETF는 거래상대방 위험과 스왑계약에 내재된 비용 등 추가적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실질적 운용 행위가 펀드 내부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증권사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펀드가 그 대가로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