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극한 갈등, 순탄한 국정 위해 속히 봉합해야
2024.01.22 18:27
수정 : 2024.01.22 18:27기사원문
충돌의 중심에는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문제가 있다.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대통령실과 다른 시각을 보인 게 시발이었다. 김경율 비대위원은 한술 더 떠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에 비유했고, 한 위원장은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이관섭 비서실장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중 그 자체라 할 대통령실과 한 위원장의 갈등은 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서는 스스로 큰 악재를 자초한 셈이다.
먼저 우리는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고비인 21대 총선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서 벌어진 여당의 분열을 우려한다. 여소야대의 정치적 악조건 속에서 국정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여당과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에서 패하면 더욱더 힘이 빠져 조기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유야 어떻든 이런 내홍은 국민에게 큰 실망을 주는 것과 함께 야당에는 몰래 박수를 치며 기뻐할 호재를 안겨주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강대강으로 충돌하는 상태가 더 이어지지 않도록 봉합을 서두르는 것만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미래를 보장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사태는 철저히 국민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김 여사 문제를 둘러싼 시각차는 분명히 있다. 한 위원장과 김 위원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응원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막무가내식 지지자가 아닌 온건한 지지자 또는 중도파의 생각이 더 냉철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이나 다수 여론을 잘 파악하고 따라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 재삼 강조하지만 여당으로서는 선거에서 이겨 여대야소로 의회 구성을 전환해야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하다.
열쇠는 결국 윤 대통령이 쥐고 있다. 공정과 상식을 잣대로 이번 사태를 판단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사퇴 요구가 당정분리 원칙을 어긴 일임을 인정하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잘잘못을 가리기 이전에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은 한껏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의 실정 중 하나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주저한 일이다. 설령 잘못이 없다손 치더라도 전 정부와는 다른 태도를 보여주면서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