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웡카'.."아들과 나, 우리의 첫번째 인생영화"

      2024.01.22 20:56   수정 : 2024.01.23 14: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들과 나, 둘의 첫번째 인생영화.” 일반 시사를 통해 먼저 접한 ‘웡카’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마음 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초등학생 아들은 동심을 자극하는 이 마법 같은 세계가 끝났다는 사실에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종영과 함께 사라져버린 상상의 세계와 현실 간 괴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외모를 가진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인도하는 116분의 러닝타임은 그야말로 초콜릿처럼 달콤했다. 그가 춤추고 노래하며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첫 장면부터 자신의 꿈을 이루는 마지막까지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특히 엄마가 준 사랑의 의미를 깨닫고, 또 누군가에게는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여정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아들딸을 가진 모든 엄마들에게 특별할 것이다.

영화 보는 내내 초콜릿을 먹고 싶다는 점은 이 영화의 부작용이다. 영화 '초콜렛'(2001)이후 이렇게 초콜릿을 원한 것은 처음이다. 웡카가 만든 초콜릿이 도대체 어떤 맛일지 너무나 궁금하며, 웡카의 모자 속에서 나오는 초콜릿 제조 상자는 어디서 팔기라도 하면 오픈런을 하고 싶을 정도다.

영화는 가진 것이라곤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이 있는 도시에 길고긴 여정 끝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고 싶은 그는 이 낯선 도시에서 첫날부터 낡은 여인숙의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지하 세탁실에서 노동을 해야 하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밝고 열정적인 웡카는 이곳에서 만난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과 함께 자신의 꿈을 이룰 방법을 찾는다. 물론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에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까지 길은 험난하지만 그 여정은 외롭지 않다.

■ 원작 소설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재창조

1964년 로알드 달이 발표한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앞서 두 차례 영화화됐다. 1971년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과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그것으로, 이중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독보적인 미장센과 화려한 영상미, 그리고 괴짜 공장장 ‘윌리 웡카’ 역을 맡은 배우 조니 뎁의 개성 넘치는 열연이 더해져 전 세계적인 흥행과 함께 두터운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번 ‘웡카’는 기존 영화와 달리 로알드 달 재단의 허가를 받아 원작 소설의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창조한 이야기다. 초콜릿 공장을 설립하기 전 ‘윌리 웡카’의 열정 넘치는 시절을 담아냈다.

마이클 본드의 아동문학 ‘패딩턴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패딩턴’ 시리즈를 연출한 폴 킹 감독은 어린 시절 원작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골수팬이었다. 표지가 닳을 때까지 수없이 반복해 읽었다는 그는 “주인공 ‘찰리’가 그의 꿈보다 더 멋진 선물을 받게 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눈물짓게 했다”며 “로알드 달의 정신이 깃든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돌이켰다.






우리가 떠올리는 다소 냉소적이고 비밀스러운 공장장 ‘웡카’ 이전에 낙관적이고 희망에 찬 초콜릿 메이커 ‘웡카’가 있었다고 굳게 믿는 그는 ‘웡카’를 통해 “모두의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천재성을 드러내고,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또 다른 가족을 발견하기까지 조금씩 성장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티모시 샬라메는 웡카 그 자체다. 이번 작품에서 노래와 춤을 직접 소화한 그는 촬영 4개월 전부터 보컬과 댄스 레슨을 거듭했다. 그는 영화사를 통해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 중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정적인 장면이 하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 동화 세상의 선악 캐릭터 모두 생생

이 영화는 웡카뿐만 아니라 웡카의 꿈을 돕거나 방해하는 캐릭터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인’으로 통했던 휴 그랜트가 연기한 움파 룸파는 개봉 후 ‘움파 룸파 밈’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개성 넘치며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 배우 로완 앳킨슨이 부패한 신부로 등장하는 것도 반갑다.

‘웡카’와 함께 성장하는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을 비롯해 ‘스크러빗 부인’의 계략에 휘말려 세탁소의 일꾼이 된 회계사 ‘아바커스 크런치’(짐 카터), 배관공 ‘파이퍼 벤츠’(나타샤 로스웰), 전화 교환원 ‘로티 벨’(락히 타크라), 코미디언 ‘래리 처클스워스’(리치 풀처) 등 웡카를 돕는 이들의 이야기도 영화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윙카와 친구들에 맞선 악당 캐릭터로 탐욕스러운 여관 주인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과 여관 관리인 ‘블리처’(톰 데이비스), ‘웡카’를 견제하는 초콜릿 연합 3인방 ‘슬러그워스’(패터슨 조셉), ‘피켈그루버’(매튜 베인턴), ‘프로드노즈’(맷 루카스)의 존재도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다. 31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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