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뺏나"…'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뿔난 소상공인
2024.01.23 18:10
수정 : 2024.01.23 18:10기사원문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를 일요일인 휴일에서 평일에 휴업할 수 있도록 하는 '공휴일 의무 휴업' 폐지를 추진중이어서다. 소상공인들을 온라인 시장 성장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안전망을 없애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 인식변화도 영향 미쳐
23일 정부와 소상공인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무휴업 공휴일 지정 원칙을 삭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추진,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추진중이다. 지난 2012년 제정된 유통법에 따라 대부분의 국내 대형마트는 매달 둘째주·넷째주 일요일에 의무적으로 쉬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있다.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법 개정으로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지정되면 대형마트 매출액은 약 3% 증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일 휴업외에도 정부는 대도시와 수도권 외 지역에도 새벽 배송이 활성화되도록 대형마트 영업 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도 허용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의 배경에는 소비자 인식 변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6.4%가 공휴일에 의무 휴업을 규정한 대형마트 규제를 폐지·완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33.0%가 평일 의무 휴업 실시를 원했고, 대형마트 의무 휴업 제도 폐지를 주장한 응답 비율은 32.2%에 달했다.
■소상공인, 최소한 안전장치 마련을
문제는 소상공인 단체의 반발이다. 상생 등 구체적 대안 없이 대형마트의 일방적 주장인 대형마트 의무 휴업폐지는 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동안 대형마트 의무 휴업으로 수혜를 봤던 것이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이날 이마트 청계점과 불과 500여m 떨어진 서울 중구의 중앙시장에서 만난 소상공인들은 공휴일 의무휴업제 덕분에 젊은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잡곡점을 운영하는 이모씨(76)는 "근처 이마트가 쉬는 날이면 주변 빌라에 사는 젊은 신혼부부 등이 찾아오곤 했다"면서 "공휴일 의무휴업제 덕분에 이곳에 활력이 돌았다"고 말했다.
방앗간을 운영하는 A씨(61)는 "이전에는 나이든 사람들만 이곳을 찾았지만 근처 이마트가 쉬면 젊은 부부들이 이곳을 찾았다"면서 "이번 정부의 정책으로 시장의 잠재적 고객층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폐지를 공식적으로 하지 않은 지금도 지방을 중심으로 휴일 의무를 지키지 않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형마트 의무 휴업제는 일요일을 기준으로 쉬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대구시가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자 상당수 지역자치단체들이 평일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 추진에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현재 상황은 고금리 부담·신규 대출 불가 등으로 소상공인들의 체력이 고갈됐다"며 "대형마트와 소비자들의 권리, 소비자 편익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은 소상공인들의 생존권과 입장을 지켜줘야 한다. 소상공인도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jw@fnnews.com 강재웅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