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메라 T세포가 노화 막아… 신의 영역에 도전한다
2024.01.24 19:00
수정 : 2024.01.24 1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200년전 진시황과 5000년전 수메르왕 길가메쉬는 영생을 얻기 위해 불로초를 원했다. 이후 젊음을 되찾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지다가 인류가 다시 '신 불로초'를 찾고 있다.
현재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줄기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 치료제 개발로 노화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면역세포가 회춘을 가져와
24일 과학계에 따르면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 코리나 아모르 베가스 박사가 우리몸 속 면역을 담당하는 T세포를 변형시켜 실험쥐에게 젊음을 되찾게 했다.
아모르 베가스 박사가 이날 공개한 논문에 따르면 키메라 항원 수용체(키메라) T 세포를 투여한 늙은 쥐는 활력을 되찾았으며 어린 쥐는 느리게 노화됐다. 키메라 T 세포는 항암면역 요법에 사용하기 위해 생명공학 기술로 조작된 T 세포 수용체를 만들어내는 T 세포다. 키메라 T 세포는 다양한 혈액암 치료를 목적으로 2017년 FDA에서 승인 받았다.
연구진은 T 세포가 노화와 싸울 수 있도록 재프로그래밍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T 세포가 노화세포를 공격해 없앤다는 것이다. 노화세포는 복제를 멈춘 세포들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몸에 축적돼 해로운 염증을 일으키고 암세포로 변하기도 한다. 이런 세포를 제거하는 여러가지 약물이 있지만, 대부분 반복적으로 복용해야 한다. 아모르 베가스 박사는 "T 세포는 기억력을 발달시키고 신체에 매우 오랜기간 지속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실험 결과, 어린 실험쥐는 고지방 음식을 먹고도 체중과 혈당 수치 등 건강한 상태를 보였다. 또 늙은 쥐에게 이를 주입했을때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이러한 변화로 실험쥐의 조직이 손상되지 않았으며, 독성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제 키메라 T세포가 쥐의 건강 뿐만아니라 더 오래 살게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국내 연구는 어디까지
울산과학기술원과(UNIST) 유자형 교수와 건국대 정해원 교수팀도 노화세포만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를 표적해 노화세포를 제거하는 원리다.
노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활성산소가 높게 나타난다. 이를 매개로 인공단백질 구조체를 만들어 막을 파괴하며 노화세포가 스스로 죽게 만드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노인성 건성황반변성을 가진 실험쥐에 이를 적용했다. 그 결과 실험쥐의 망막조직에서 노화세포를 효율적으로 제거해 제 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또한 지난해 4월부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노화역전'을 연구하고 있다. 서울대 산학협력단, 서울대 치과병원, 충북대 산학협력단, 경북대 산학협력단과 기업 등이 공동으로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노화역전 물질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노화 세포에서 감소한 바이오마커의 발현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노화 역전 및 노화 억제 기능을 한다. 노화역전 연구사업이 성공하게 되면 노화 세포를 젊은 세포로 역전시킬 수 있는 신규 물질을 만들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