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애인 '황산 테러'에 얼굴 녹아내려..패션모델로 나선 '이 여성'

      2024.01.25 13:48   수정 : 2024.01.25 13: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배달원을 가장해 집을 찾아온 전 남자친구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한 여성이 상처를 극복하고 화보 모델로 나섰다.

벨기에의 전직 패션모델 파트리시아 르프랑(59)은 최근 다시 패션모델이 되어 카메라 앞에 섰다. '산 테러 생존자 국제 신탁'(ASTi·Acid Survivors Trust International·국제 신탁)이 영국의 사진작가 랭킨과 펼친 화보 제작 캠페인의 모델로 나선 것이다.



르프랑은 지난 2009년 택배가 도착했다는 소리에 집 밖으로 나갔다. 배달원으로 가장해 찾아온 옛 연인은 르프랑이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에게 황산을 뿌렸다.


혼수상태에서 3개월 만에 깨어났지만 코와 눈꺼풀이 녹아 없어졌으며 한쪽 눈의 시력과 한쪽 귀의 청력을 잃었다.

르프랑은 "(테러 직후) 걸을 수조차 없어 기어 다녔다"라며 "팔이 아스피린처럼 녹아내리는 거 보고 '난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르프랑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100번이 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녹아내린 얼굴은 복원하지 못했다.

그는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사진촬영은커녕 외출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거울조차 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과 같은 피해자들을 위해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왔다고 했다.

르프랑은 "조금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추악한 얼굴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이게 나다"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황산 테러) 가해자는 몇 년 뒤 감옥에서 풀려나지만, 나는 평생을 타버린 피부 속에 갇혀 지내야 한다. 처음엔 의사들이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는 데에 분노했다"라며 "하지만 더는 그렇지 않다.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
이제 산 테러 생존자들의 권리를 위해 맞서 싸우려 한다"라고 밝혔다.

국제 신탁은 "제조 과정에서 산을 이용하는 공장이나 부지를 둔, 그래서 산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지역에서 황산을 이용한 공격이 발생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라면서 "방글라데시의 경우 산을 활용한 의류 및 보석 산업이 발달한 지역의 산 폭력 발생 빈도가 가장 높다"라고 지적했다.


재프 샤 국제 신탁 상임이사는 "이번 화보는 패션 기업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주로 남성들이 여성을 향한 무기로 삼아 온 산에 대해 기업들이 더욱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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