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개선에도 내수부진 지속… 성장률 2%대 초반"

      2024.01.25 18:07   수정 : 2024.01.25 18:33기사원문
정보기술(IT) 경기회복에 힘입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점차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올해 국내 성장률이 2%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 고물가로 민간소비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고금리 충격이 이어지며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 문제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1%대 성장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반도체 수출상승… 소비 위축 심화

25일 한국은행의 '2023년 4·4분기 및 연간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문은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이다. 순수출 기여도는 0.8%p를 기록해 3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순수출 성장 기여도는 지난 2022년 2·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2023년 2·4분기(1.4%p)부터 상승전환했다.

특히 민간소비가 주춤한 가운데 순수출은 올해 국내 경제 성장률을 좌우할 주요 요인이다. 지난해 4·4분기 민간소비 기여도는 전분기와 같은 0.1%p에 그쳤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달 20일까지 통관 기준 반도체 증가율이 높았다"며 "올해도 반도체 등 IT 경기 개선이 수출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간소비의 하락세는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 보복소비 수요로 크게 늘었던 민간소비는 지난해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1.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0.2% 상승했으나 재화소비는 줄어들고 거주자의 국외 소비지출이 늘어난 결과였다. 해외 소비는 연관 산업이 수혜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생산 측면에서는 영향이 제한된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의 최근 흐름을 보면 지속해서 저성장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1·4분기에도 지난해 4·4분기 흐름대로 내수 부진이 주요한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GDP 성장률 '2.1%'

이날 한은은 "지난해 11월 내놓은 '2024년 경제전망'의 상반기, 하반기 성장 예측과 현재 전망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은은 올해 반기별 GDP 성장률로 상반기 2.2%, 하반기 2.0%를 제시하고 연간으로는 2.1%를 예측했다.

이에 올해 국내 경제는 세계 주요국 대비 경기회복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세계 경제는 2.7%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변수다.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도 '지정학적 갈등이 다시 심화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2차 파급효과가 확대할 경우' 내년 성장률이 1%대 후반(1.9%)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한은의 우려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원자재 가격을 반등시킬 경우 물가상승률 전망도 2.8%로 기존 전망(2.6%)을 상회해 고금리 기조를 지지하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 기후변화 등 국내외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한국이 저성장 기조에 돌입했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신 국장은 "2.0%대인 국내 잠재성장률을 두고 연구기관에서 1%대 혹은 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하고 있다"며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것을 완화하거나 올리려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이에 맞춰 경제주체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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