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계단 상승한 시집.. 요즘 짧은 시가 잘 팔리는 이유는?

      2024.01.28 15:19   수정 : 2024.01.28 15:4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시(詩)는 독자의 정서나 호기심을 자극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문학 형식의 하나다. 그러나 일반 독자가 파악하기에는 난해한 내용의 시들도 있어 그간 '어려운' 문학으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요즘 시들은 내용이 짧으면서 의미 전달이 잘 되는 형식으로 변모해왔다.

이같은 흐름에 맞춰 시집이 엮어진 덕분인지 짧은 시를 모은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8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1월 셋째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 시 분야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일본에서 열린 실버 센류(짧고 익살스러운 정형시) 공모전 수상작을 묶은 시집으로, 노년의 정회(情懷)를 서너 마디로 형상화하는 촌철살인의 해학이 돋보인다.

특히, 노인 특유의 풍류와 익살이 특색이라서 젊은층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다. 사회 소외계층으로 분류돼왔던 노인층이 이 시집을 통해 젊은층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구매자 중 53.4%를 차지한 50대 이상 독자의 호응에 힘입어 베스트셀러 종합순위에서도 102계단 상승, 62위를 차지했다. 구매 독자 가운데 30.4%가 50대였으며 40대(28.4%)와 60대 이상(23.0%)이 그 뒤를 이었다.

시집에서는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나 가는 길을 걷는 일이다. 기쁜 일로만 가득한 건 아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울퉁불퉁한 길이지만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이란 시의 구절처럼 나이를 먹었기에 보이는 풍경도 분명 있다"며 또 다른 인생의 시작이 노년이라고 강조한다.



한편, 시 부문 베스트셀러 2위는 개그맨 양세형의 시집 '별의 길'이 차지했다. '웃기는 직업'을 가진 이의 진솔한 시어들이 여성 독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으며 판매량이 상승한 것으로 교보문고는 분석했다.

총 88편의 시가 포함된 이 시집에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코미디언으로 느낀 기쁨과 슬픔, 일상 풍경을 토대로 풀어낸 이야기가 짧고 간결하게 담겨 있다.

또 시 부문 3위에는 짧은 시의 대가 나태주 시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가 올랐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독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시집은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로 나타났다.

시인의 대표작인 '풀꽃'을 비롯해 인터넷을 통해 자주 인용된 작품 만을 시인 자신이 직접 선정해서 출간한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교보문고 통합몰에 리뷰만 1457개가 달린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 시집이다.


출판계 한 관계자는 "요즘 독자들은 어려운 책 내용 보단 짧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내용을 선호한다"며 "이같은 추세에 맞춰 시집들도 짧으면서 한 눈에 들어오는 성향을 보인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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