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정지 1개월쯤이야… '음주 의료행위' 막을 法이 없다
2024.01.28 18:43
수정 : 2024.01.28 18:43기사원문
#.2 지난 2014년 12월. 인천시의 한 대형 병원에 B군이 턱 부위가 찢어져 응급실을 찾았다. 성형외과 전공의 1년차인 C씨가 비틀거리며 다가와 B군의 이마를 3바늘 꿰맸다. 아이 부모가 "의사가 음주한 것 같다"고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고, 병원측은 다른 의사를 불러 B군을 재수술 시켰다. 술 마신 의사는 병원에서 파면됐지만 처벌은 받지 않았다.
음주 상태로 수술에 참여하는 의사가 잇따라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징계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행법상 음주 의료행위만으로는 과실치상 등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음주 의료행위를 처벌하는 법안도 발의됐지만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음주 의료행위로 적발된 의사 9명은 모두 자격정지 1개월 처분만을 받았다. 의료법상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를 적용해 행정처분이 이뤄지는 수준이다. 음주 상태에서 중대한 의료 사고가 발생한 경우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상이 적용될 수 있지만 음주 자체는 형사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음주 의료 행위가 반복되면서 상습 음주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입법까지는 이르지는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은 지난 2019년 7월 의사 등 의료인이 술이나 약물에 취한 채 의료행위를 할 경우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처벌 규정도 포함돼 있다.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고려한 수준이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현행법상 음주 의료행위를 하더라도 병원에 재직하는 의사로서 품위 유지 위반으로 병원 내 징계조치가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상식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보완을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