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무죄, 정치수사 이젠 막 내려야
2024.01.28 19:08
수정 : 2024.01.28 19:08기사원문
사법농단 사건은 사법부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대법원이 행정부와 입법부에 로비를 하고 비판적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드는가 하면 당시 청와대와 '재판거래'까지 했다는 의혹이다. 시발은 양승태 사법부의 법원행정처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탄압한 의혹을 법원이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사 블랙리스트 진술이다.
사건 수사는 2018년 9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앞에서 '재판거래 의혹'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본격화됐다. 수사 지휘는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맡았고,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수사팀장이었다. 수사 결과 양 전 대법원장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런 혐의들을 입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죄 등 혐의가 대부분 인정되지 않고, 일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가담 등 공범 관계가 검찰의 제시 증거만으로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상급심의 판단이 남아 있다. 1심의 판단을 따르자면 다른 사안에서도 '적폐 수사'라는 명분으로 먼지떨이식 수사를 했던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사법부에 대해서도 무리한 기획수사를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는 당시 최고 집권자의 의중을 알아서 좇은 검찰의 정치 예속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 바로 이 사건의 배경이고 검찰이 수사라는 명목으로 그 첨병 역할을 한 것"이라는 양 전 대법원장의 최후진술을 늦게나마 되새겨 보아야 한다.
당시 수사 책임자가 현직 대통령,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사실과 이번 선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또한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어울리지 않는다. 전자를 고려했다면 유죄를 선고했을 수 있고, 결국 법원은 법원 편이라는 식의 비난은 듣지 않았을 것이다.
검사는 실체적 진실을 생명처럼 받들어야 하고, 정치권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역대 정부의 검찰은 정권의 눈치를 보거나 적극적으로 추종하며 스스로 중립과 독립을 포기했으며, 양승태 사법부를 수사한 검찰도 마찬가지였다고 본다.
법과 양심에 따라 진실을 밝히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은 판사도 검사와 같다. 사법부의 신뢰는 바로 거기에서 싹이 튼다. 사법농단 사건은 앞으로 최종심까지 절차가 남아 있고 판결에 대한 논란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유무죄를 떠나 이 시점에서 다시금 강조하는 것은 사법부의 독립이다.
사법부의 독립도 오직 진실을 추구할 때 가능하며 삼권분립의 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 무죄판결을 받은 양승태 사법부의 정치적 비리를 파헤친 김명수 사법부는 행정부와 결탁하고 정치화되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라. 이념적 편향, 정권 추종의 측면에서 보면 역대 최악의 사법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