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부패·특권 심각…군사독재 시절도 이정도 아니었다"

      2024.01.29 06:00   수정 : 2024.01.29 06:00기사원문
[삶] "국회의원 부패·특권 심각…군사독재 시절도 이정도 아니었다"
"출판기념회·경조사 통해 거액 뇌물성 자금 받아"
"지방의원 공천과 국회상임위 활동서 검은돈 유입"
"개혁성·도덕성·열정있는 인재, 국회 진입불가" 장기표 인터뷰

[※ 편집자 주= 장기표 특권폐지정당(가칭) 상임대표의 인터뷰는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분량이 많아 3차례로 나눠 송고하기로 했고, 세 번째 기사는 조만간 나갈 예정입니다.]

1988년 공주교도소에서 나오는 장기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국회의원들의 부패와 특권은 40여년 전인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 시절보다 심합니다.

의원들은 지역구 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뇌물을 받고, 출판기념회를 통해서도 검은돈을 받습니다. 경조사에서 또다시 뇌물성 봉투를 받고,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기업이나 단체로 받는 뇌물도 있습니다.
"
장기표(78) 특권폐지정당(가칭) 준비위원회 상임대표는 지난 19일과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장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받는 뇌물의 액수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작지 않은 규모"라면서 "이들의 이런 불법적 행태는 정치권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부패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서는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당 대표나 당내 실력자들에게 줄을 서서 국회의원이 된다"면서 "순수하게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인재들은 국회에 들어오지 못하고 배제되는 구조"라고 했다.

그는 "오는 4월 총선을 계기로 국회의원 특권을 모두 폐지하고, 이를 발판으로 삼아 정치혁명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민중당 사건 등으로 9년간의 투옥과 12년간의 수배 생활을 했다. 그는 작년 4월 고위공직자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많았고, 다음 달 초에 특권폐지정당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출처=연합뉴스)


다음은 장 대표와의 일문일답.

-- 국회의원 특권에 대해 요약한다면
▲ 국회의원들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러도 구속되지 않는 불체포 특권, 팩트 없이 고의로 막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면책 특권을 갖고 있다. 전 세계에서 이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회의원들은 세비 1억5천500만원을 받는다. 액면 수준으로는 세계 3등, 1인당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는 세계 1등이다. 의원들은 개인적인 파렴치 범죄로 감옥에 들어가 있어도 급여를 받는다. 세비에는 설날과 추석의 명절휴가비 414만원씩 828만원이 들어있다. 국민이 의원들에게 명절휴가비를 주는 셈이다.

의원들은 사무실 경비 명목으로 연간 1억원 정도를 받는다. 연간 기준으로 홍보물 인쇄비 1천200만 원, 우편 요금 755만 원, 문자 발송비 700만 원, 차량 유지비 430만 원, 차량 유류비 1천300만 원, 야근 식대 770만 원, 업무용 택시비 100만 원 등이다. 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는데도 문자 발송비를 받고, 차가 고장 나지 않는데도 차량 유지비를 받으며, 야근하지 않았는데도 야근 식사비를 받는다.

국회의원들은 KTX 특실, 비행기 비즈니스석, 의원회관 내 이발소, 헬스장, 목욕탕, 등을 공짜로 이용한다. 의원 회관에 있는 내과, 치과, 한의원은 가족까지 공짜다.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의 귀빈실, 귀빈 주차장도 마음대로 이용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국 국회의원 보좌진은 9명인데, 이렇게 많은 보좌진을 제공하는 나라는 없다. 일본은 3명이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은 국회의원 2명당 비서가 1명이다. 한국의 보좌진 중 1명은 수행비서처럼 따라다니고, 다른 1명은 운전기사 노릇을 한다. 선거철이 되면 보좌진 대부분은 해당 의원의 지역구에 내려가 선거운동에 나선다. 이들은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므로 이런 행위는 불법이다.

국회의원이 공짜로 사용하는 의원회관 내 사무실은 45평이나 되고 호화판이다. 유럽에서는 여러 명의 의원이 좁은 공간을 칸막이로 나눠 사용하기도 한다.

특권폐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 [장기표 대표 제공]

-- 국회의원 특권이 180가지라고 했는데,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는데.

▲ 제도적, 관행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면 그 정도 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이 해외에 나갈 때 공항에서 받는 특권, 외국 주재 한국 공관으로부터 받는 특권들만 합해도 20여가지나 된다.

-- 한국 국회의원들의 실질 연봉은 5억 원이라고 했는데.

▲ 먼저 세비가 1억5천500만 원이다. 그다음으로 연간 1억 원에 달하는 사무실 경비 가운데 절반가량인 5천만 원 정도는 국회의원 개인에게 들어가는 돈이다. 그다음에 후원금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후원금으로 매년 1억5천만 원을 거둬들이는데 대통령 선거, 지방 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연도에는 그 액수가 각각 3억원으로 늘어난다. 선거는 3개년도에서 진행되니 거의 매년 3억원의 후원금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이 후원금의 대부분이 의원의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선거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보전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국회의원은 거의 매년 5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과 같다. 이는 여러 통로로 받는 뇌물성 자금을 제외한 것이다.

-- 국회의원 세비 1억5천500만원 가운데 5천만원가량은 입법활동비와 특수활동비다. 이는 실비라기보다는 급여 성격이 강해서 세금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탈세라는 의견이 있는데.

▲ 그런 주장이 나올 수 있다. 그렇지만 입법활동비와 특수활동비는 어쨌든 간에 실비 명목으로 줬는데,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듯하다.

-- 국회 상임위원장의 월 판공비는 1천만원이라고 하는데, 이는 적절한 것인가.

▲ 1천만원을 매달 통째로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상임위원장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임위원장으로서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했다면 영수증을 첨부해 사무처에 청구하도록 하는 게 맞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뇌물 받는 창구라고 하던데.

▲ 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한마디로 돈을 거두는 행사다. 출판기념회 때 내는 돈에는 한도가 없다. 영수증도 없다. 어떤 의원은 출판기념회 때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를 갖다 놓기도 했다. 신용카드로 거액의 돈을 내라는 것이다.

-- 출판기념회를 통해 국회의원들이 거두는 돈의 액수는 어느 정도인가
▲ 의원마다 받는 액수는 다르다. 실세 의원이나 중진의원 출판기념회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몰린다. 어떤 의원은 집안 장롱에서 3억원이 발견됐는데,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장롱에 있는 것만 3억원이라면 실제로 받은 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3억원이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돈이 맞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수사당국은 그런 수사를 하지 않는다.

-- 기업체 등은 출판기념회를 통해 수천만 원이나 수억 원도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닌가.

▲ 그건 알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서 모은 돈의 액수, 제공자들 명단을 조사하는 기관은 없다.

--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는 금지해야 하나.

▲ 현행법상 국회의원이 받는 후원금의 경우 개인은 500만 원, 단체나 기관은 2천만 원을 넘을 수 없다. 출판기념회에는 이런 제한이 없다. 이제는 책값 이상의 돈을 내고, 받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 그건 뇌물이기 때문이다.

아흔 앞둔 조춘의 송판 격파 퍼포먼스 (출처=연합뉴스)


-- 경조사비로 뇌물을 받는 일도 많다고 하던데.

▲ 국회의원 경조 행사에서 뇌물성 돈이 많이 들어온다. 현행 선거법은 국회의원들이 지역민에게 음식 접대는 물론, 축의금과 부의금 내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받는 축의금과 부의금에는 제한이 없다. 무한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에게 아주 편리한 제도다.

-- 국회의원은 경조사비로 얼마나 거둬들이나.

▲ 국회의원마다 다르겠지만 출판기념회보다는 많은 돈을 받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바빠도 장례식에는 가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당국이 경조사비로 받은 돈을 조사하는 일은 없다. 그러니 장례식이나 결혼식은 거액의 뇌물이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 기업체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뇌물을 준다고 하던데.

▲ 기업들은 의원들을 상대로 입법 로비를 한다. 법률의 제정과 개정 자체가 기업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로비에는 거액이 동원될 수 있다. 국회 상임위 관련 기업들도 여러 가지 로비를 위해 의원들에게 돈을 주기도 한다. 이런 것까지 모두 포함하면 국회의원은 재임 4년간 얼마나 많은 돈을 거둬들이는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출처=연합뉴스)

-- 국회의원들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공천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하던데.

▲ 국회의원들은 지자체장, 지방의회 의원에 대해 사실상의 공천권을 행사한다. 형식적으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만, 이를 좌지우지하는 사람은 당협위원장인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지방 선거 때 국회의원에게 검은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치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 있는 내용이다.

-- 지방선거에서 공천받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을 가져오나.

▲ 모든 사람이 뇌물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 뇌물을 제공하더라도 사람마다 액수는 다르다.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공천 로비를 위해 제공하는 돈이 2억∼3억원 정도라는 이야기가 있다. 지방의원, 지자체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 액수를 합하면 적지 않을 것이다.

-- 왜 이런 불법적인 일들이 계속되나.

▲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하는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한테 뇌물을 줬는데 공천받지 못한 사람이 분노해서 뇌물제공 사실을 공개하는 등 특수한 상황에서나 발각된다. 돈을 받은 것이 확인돼도 국회의원이 재판에서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인데도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되고 있다
-- 지방의원 후보자는 뇌물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국회의원 선거운동을 도와줘야 한다고 하던데.

▲ 지방의원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실질적 공천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비서 또는 선거운동원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회의원들은 법정기간에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4년 내내 선거운동을 한다. 이러니 지방의회 의원이나 자치단체장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은 4년 내내 지역구 국회의원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헌법재판소 모습 (출처=연합뉴스)

-- 정당에 대한 선거비용 국고보조도 문제가 있나.

▲ 예를 들어 국회의원 선거를 한다고 하면 거대 양당은 국가로부터 각각 200억원가량을 미리 받는다. 그다음에 양당은 선거기간에 사용한 선거비용 명세서를 제출하고, 그 금액의 대부분을 국고에서 보전받는다. 이는 명백한 이중 지급이다. 선관위는 이게 잘못된 것이라면서 여러 차례 관련법률 개정을 요청했지만, 국회는 매번 무시했다.

-- 이 문제를 헌법재판소에 제기했다고 하던데.

▲ 우리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작년 가을에 헌법 소원을 냈다. 헌법재판소는 우리 본부가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헌재의 이런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 국민이 당사자가 아니면 누가 당사자란 말인가?. 적극적 문제해결 의지가 없는 선관위, 법률 개정의 요청을 묵살하는 국회의원, 이를 옹호하는 헌법재판소 모두가 문제다. 이렇게 대한민국에는 부패 카르텔이 형성돼 있다.

-- 국가는 정당들에게 선거보조금 외에 경상 보조금도 수백억 원이나 제공하고 있다. 국민으로서는 자기가 지지하지 않는 당을 지원하는 셈이어서 거부감을 갖기도 하는데.

▲ 원래는 정당에 쓰이는 돈은 당비로 충당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당비를 별로 안 낸다.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별로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이 헌법기관이라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필요한 기관이다. 정당이 당비로 운영될 수 없다면 국고로부터 지원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국고에서 지원받은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정확히 공개해야 한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장기표 대표 (출처=연합뉴스)

-- 이런 정치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자는 것인가.

▲ 그렇다. 당연히 불체포특권, 면책 특권은 없애야 한다. 이것보다 중요한 것이 세비를 줄이는 것이다. 세비는 도시근로자 월 평균 임금인 400만 원이면 적당하다고 본다. 연봉으로는 5천만 원 정도다.

-- 지금 받는 세비의 3분의 1로 줄어드는 것인데, 너무 심한 것은 아닌가.

▲ 평생 월급 400만 원만 받으라고 한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임기에만 공직자로서 그 정도 받으라는 것이니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국회의원직을 그만둔 뒤에는 원래 갖고 있던 직업으로 돌아가면 된다.

-- 월급을 적게 받으면 부패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많은 특권을 누리며 배부르게 살면 서민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패한다. 현재 국회의원을 하고자 하는 인물들의 상당수는 특권을 누리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좋은 법률을 만들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러니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사람, 법률 제정과 개정으로 세상을 개선하겠다는 인재는 공천받기가 어렵다. 특권이 폐지되면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이런 사람들은 국회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러면 국회가 깨끗해질 수밖에 없다.

-- 국회의원 보좌진 수도 줄여야 하나.

▲ 보좌진은 현재의 9명에서 3명으로 줄여야 한다. 현재는 입법 활동을 지원해야 하는 보좌진이 의원의 개인비서, 수행비서, 운전기사, 지역구 관리자로 일하고 있다. 이는 보좌진을 대폭 줄여도 입법 활동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유럽 국회의원들은 보좌진을 전혀 두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법률의 생산성은 한국 의원들보다 훨씬 높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정치의 수준은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서 이번에는 반드시 국회의원 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치가 바뀌고, 나라가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나아진다.

(취재지원 홍지희·이다빈 인턴기자)
keun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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