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ETN 괴리율 초과' 매년 수천건…임무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는 LP

      2024.01.29 18:11   수정 : 2024.01.29 22:18기사원문
상장지수상품(ETP) 괴리율 초과건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관리해야 할 유동성공급자(LP)들은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LP의 평가체계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9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지수펀드(ETF) 괴리율 초과사례는 모두 2227건으로 집계됐다. 해당 수치는 2020년(3957건)부터 시작해 2021년(1416건), 2022년(4216건)까지 해마다 수천건에 이른다.

괴리율은 ETF 시장가격과 투자대상 자산의 순자산가치(iNAV) 간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것이다. 이 지표가 '음수'라면 전자가 후자보다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실제 가치보다 상품을 비싸게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반대로 '양수'라면 기초자산 가격이 올라도 기대수익 실현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위험을 알리기 위해 운용사들은 괴리율이 1% 이상이면 공시하도록 돼 있다. 수치가 지나치게 커지면 거래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수·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출해 괴리율이 튀지 않도록 해야 하는 임무를 맡은 LP들은 이에 실패해도 별다른 책임이나 제재가 없다.

거래소가 ETF의 LP를 맡은 증권사에 대해 의무이행도, 적극성, 스프레드 제한, 평균 호가 수량 등을 기준으로 분기마다 평가하지만 C등급만 받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상위 등급을 받는다고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최선을 다할 동기도 없다.

실제 총 1만1816건의 괴리율 초과가 발생한 최근 4년간(2020~2023년) 분기별 LP 평가에서 D등급 이하는 단 6건에 불과했다. 2021년 3·4분기 교보증권과 4·4분기 유안타증권, 2022년 1·4분기 미래·키움·KB증권과 3·4분기 메리츠증권이 전부다.

운용사가 직접 LP에 괴리율을 제대로 관리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힘들다. 특히 중소형사는 평소 ETF에 붙일 LP를 구하기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상장지수증권(ETN)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020년(4737건), 2021년(1145건)에 이어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3786건, 3376건으로 연달아 3000건대를 나타냈다. 2022~2023년 낙제점을 받은 사례는 2건에 그쳤다.


더욱이 ETN은 2020년 10월부터 평가주기를 기존 분기에서 월 단위로 변경한 만큼 해당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ETN은 ETF와 달리 발행 주체가 증권사인 만큼 최저 등급을 받으면 한동안 상품 출시 자체가 막히게 되는 만큼 규제가 더 강하지만 오히려 괴리율 초과건수가 상대적으로 많고, 평가는 느슨한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수가 800개를 넘어서는 등 시장이 커지고 있으나 현행 제도로는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힘들다"며 "괴리율 확대는 투자자 손실과 운용사 신뢰도 하락으로 귀결되는 만큼 LP들의 적극적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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