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으로 폰·PC 제어한다…머스크, 인간 뇌에 칩 이식 첫 성공
2024.01.31 11:20
수정 : 2024.01.31 14:25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 4개월 만에 전자칩 '텔레파시'를 인간 뇌에 이식했다는 소식에 전문가들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극찬하면서도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뇌에 이식된 전자칩이 얼마나 많은 양의 정보를 장기간 처리할 수 있는지가 앞선 경쟁사 대비 뉴럴링크의 기술 우위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맥거빈 뇌연구소를 인용해 "뉴럴링크가 사지마비 환자들에게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을 수 있는 과학적 진보에 한걸음 다가섰다"고 보도했다.
데시모네 소장은 이어 "시스템의 기능을 파악하고 안전 데이터를 수집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로 다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추가로 진행하는 데 현재로선 특별한 걸림돌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머스크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뉴럴링크가 처음으로 인간의 뇌에 전자칩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그는 환자가 "잘 회복하고 있다"며 "초기 결과에서 괜찮은 신경 자극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식된 전자칩의 이름을 텔레파시라고 소개했다.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제어할 수 있다는 뜻에서다.
텔레파시는 머리카락의 4분의 1 크기로 작은 실 모양의 전극을 갖고 있다. 두개골 하단에 부착돼 신경세포(뉴런)의 전기신호를 전자칩과 주고받는다. 머스크는 이에 대해 "두개골 한 덩어리를 스마트 워치로 교체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텔레파시가 감지한 정확한 뉴런 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신상도 알려진 바 없다.
이와 관련해 이날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뉴럴링크를 심층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텔레파시가 경쟁사 전자칩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뉴럴링크보다 임상시험에 1년 이상 먼저 착수한 싱크론의 뇌 이식 전자칩은 전극이 16개 정도에 불과하지만 텔레파시의 경우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텔레파시는 경쟁사와 달리 가슴에 이식되는 별도의 배터리도 필요 없다.
텔레파시가 이렇게 많은 전극을 부착할 수 있었던 건 순식간에 실을 뇌에 이식하는 특수로봇 'R1' 덕분이다. 이식 과정에서 뇌출혈을 막으려면 혈관의 민감한 부분을 피해야 하는데, 두개골은 고정된 상태에서도 조금씩 움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전극을 심기 어려웠다. 특수로봇 R1은 사람 머리카락보다 가는 '바늘'과 '실'로 텔레파시의 전극을 두개골 하단에 꿰맸다.
다만 텔레파시가 전자칩과 성공적으로 교신했더라도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라 얼마나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WSJ은 지적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실 모양의 전극 주변에 뇌세포가 자라나면 교신 신호가 저하되는 만큼 얼마나 오랫동안 착용할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데시모네 소장은 WSJ에 텔레파시 전극의 유연성이 임상시험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시간이 필요하단 얘기다.
한편 뉴럴링크의 이번 임상시험은 칠전팔기 끝에 치러졌다. 뉴럴링크는 2019년부터 최소 네차례 전자칩 뇌이식이 임박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한 사실이 지난해 3월 뒤늦게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FDA는 뉴럴링크의 승인 신청을 반려하면서 각종 안전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했다.
FDA는 △전자칩이 두뇌 다른 부위에 침입하거나 △전자칩 제거 시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 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 지난해 5월 FDA로부터 임상시험을 최종 승인받았고 9월에는 시험 참가자를 모집했다. 통상 첫번째 임상시험까지는 참가자 모집과 시험 설계에 1년 이상 소요되는데, 뉴럴링크는 불과 4개월 만에 모든 과정을 전광석화처럼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