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이슈에 숨죽인 상장사... 1월 자사주 취득, 3년간 최저치

      2024.02.01 05:00   수정 : 2024.02.0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들어 상장사들의 자사주 취득 공시 건수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 감소했다. 지난 2022년 이후 3년만에 최저치다. 금융당국이 자사주 제도 개선책을 발표한 데 이어 내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예고하면서 상장사들이 숨죽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상장사들의 현금 자산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1월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총 19건(신고액·6723억원)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8건, 코스닥 시장에서 11건이다. 이는 전년 동기(21건) 대비 약 10% 감소한 규모다.

지난 2022년 1월만 해도 자사주 매입 공시 건수는 33건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기간 21건, 올해 19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무려 42% 감소한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제도 개선,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에 나서면서 상장사들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모양새를 고려해도 2월 구체적인 발표가 끝난 후 후속조치를 하는 것이 더 좋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0일 금융당국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신주배정 제한, 자사주 취득·보유·처분 전 과정에 대한 공시 강화 등을 담은 자사주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오는 2월에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자사주 매입 등 적극적으로 압박을 시작하면서 상장사들이 숨죽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내달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하게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면서 이에 따른 후속조치를 하려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에 나서려던 기업들도 시기를 생각했을 때 모든 발표가 끝나고 조치에 나서는 것이 모양새가 좋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자사주 전 과정에 대해 공시가 강화되는 등 큰 변화들이 나타나면서 관망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위원은 “지난해 상장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이 많았다”며 “특히 일부는 적자가 나는 등 현금성 자체가 부족한 기업들이 많아 자사주 매입에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모두 끝난 후에도 당장 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경기 개선으로 기업들의 재무 구조가 좋아져야 하는데 소비가 크게 둔화해 있고, 소각 역시 의무화에서 빠지면서 주주환원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정의정 대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빠진 조치는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며 “기업들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단계별로 소각 하거나 완충장치를 마련하는 등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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