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의료개혁, 해외시장 진출 함께 고려..인력 확보 우선”
2024.02.01 12:42
수정 : 2024.02.01 12: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료개혁 방안을 제시하며 해외시장 진출까지 고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개혁의 최우선 과제로는 의료인력 확보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남부권 필수의료 중추기관인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한 여덟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尹 "세계 최고 의료·공학 합쳐 해외 바이오·헬스케어 시장 진출 확대"
윤 대통령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정책 보고와 의료 수요자·공급자 등의 의견을 청취한 뒤 “국민의 건강과 아이들의 안전보다 중요한 게 없지만 의료개혁을 추진할 때 산업적 측면도 꼭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의료인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디지털·공학 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면 의학과 공학 기술이 합쳐진다면 우리는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확대해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소득 일자리들을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 의료인들도 많은 의과학자와 사업가들을 양산시켜야 하고, 임상과 의과학과 관련 산업이 균형 있게 발전하게 해야 한다. 의료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 글로벌 마켓을 상정해 의료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토론 중 질병과 신약 개발 연구에 대한 안정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현장 의료인의 건의를 듣고 “의료와 바이오 분야 R&D(연구·개발) 투자를 더 많이 할 것”이라며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2035년 의사 1.5만명 부족, 의대정원 확대..尹 "일부 반대로 후퇴 안해"
의료개혁 방안에 관해선 윤 대통령은 인력 확충과 의료인 부담 경감에 주안점을 뒀다. 세부방안들을 수립하고 동력을 확보하는 역할을 맡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설치 예정을 밝히면서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충분한 의료인력 확보가 중요하다. 고령인구가 급증하고 있고 보건산업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또 지역 의료,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도 의료 인력의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양질의 의학 교육과 수련 환경을 마련해서 의료 인력 확충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해 조 장관은 보고에서 “전문가 전망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후 2035년에는 1만5000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급을 고려해 현장의 문제를 해소할 수준으로 의대 정원을 충분히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공의 근무 여건도 개선하고, 인턴제도 개편하며, 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개원 면허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에서 반발하고 있지만, 의료개혁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의료계 반발을 겨냥해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의료개혁특위를 통한 속도감 있는 개혁을 약속했다.
의료 인력 확충을 바탕으로 지역의료 개선에도 나선다. 윤 대통령은 “지역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해 지역인재 전형을 확대하고 지역 정책수가, 지역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관련해 △지역병원 집중 육성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 △지역인재 전형 확대 및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 도입을 통한 지역의사 확보 △지역수가 확대와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을 통한 투자 확충 등을 제시했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한다..尹 "검경, 의사들 막 불러젖히지 말라"
윤 대통령은 의료인 부담 경감에 대해선 “의료사고 피해자 보상은 강화하되 의료인들의 사법 리스크 부담은 확실하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 “환자 권리 구제 강화를 위해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조정·중재를 통해 공정한 감정 기회를 보장하겠다. (이를 위해) 의료사고 처리특례법도 제정할 것”이라며 “환자들은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의료인들은 형사처벌 소송 부담이 완화돼 안정적인 여건에서 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부연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토론 중 의료사고 소송 문제에 대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사고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고 하는 건 정말 우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불러 조사를 하고 이렇게 압박을 하게 되면 다 병원을 떠나게 돼 있다”고 짚었다.
윤 대통령은 ‘소아과 오픈런’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소아과 기피의 주요 원인을 과거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당시 의료인들에 대한 엄청난 수사와 기소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다 보니 보상 체계를 좀 강화해 월급을 올려주고 수당을 줘도 싫다고 한다. 송사에 휘말리면 그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그래서 많은 소아과 인력들이 다른 분야로 막 넘어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문가를 상대로 특히 필수의료 전문가를 상대로 하는 이런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재절차라든지 이런 거 없이 검찰에서 또 경찰에서 직접 의사들을 막 불러젖히고 압박한다”며 무리한 조사를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의료인 공정보상 약속..尹 "건보 적립금 10조 이상 투입"
윤 대통령은 의료인에 대한 공정한 보상체계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건강보험 적립금을 활용해 필수의료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며 “또한 의료남용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저평가 분야 수가를 집중 인상하고 현행 행위별 수가제의 단점을 보완키 위해 공공정책수가와 대안적 지불제도도 확대하겠다”며 “과잉 의료 비급여의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미용의료는 시술 자격을 개선하는 등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부연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