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편집자 오현성이 소개하는 '입구 매거진'

      2024.02.02 13:05   수정 : 2024.02.02 13:05기사원문

“SNS에서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존감을 잃는다.”

지난해 한 시장조사기업이 실시한 ‘자존감 관련 인식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보고서에 따르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기 존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는 추세라 한다.

그리고 이에 영향을 주는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인간관계’, ‘가족 문제’, ‘주변의 평가’ 등을 꼽았다. 다른 이의 모습에서 자기를 찾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다보니 정작 자기다움을 점점 잃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과연 본질적인 ‘자기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다운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이나 단점, 좋아하거나 꺼리는 일, 심지어 아무도 모를 비밀까지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나’임에도 선뜻 답하기 어려운 문제이기에 그렇다. 오히려 “역시 너답다”, “너는 당연히 그랬겠지”라는 주변 지인의 말이 더 익숙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되레 나다운 게 무엇이냐고 되묻곤 한다.

이러한 자기다움의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 관계와 연결 그리고 일상 스물 두 개 이야기를 엮어 'IPKU Magazine'의 첫 호를 발행했다. 우리는 살아가며 이야기의 나눔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는 전문가의 분석도, 학자들의 담론도 아니다. 이야기는 ‘나’와 ‘너’를 연결하고 ‘나’와 ‘세상’을 잇는 통로이자 치유의 계기가 된다. 일상적인 상황이나 행복, 고민과 고난의 과정을 함께 공유하며 삶의 지혜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이 과정에서 나다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수록된 글들은 이런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의 일환이다. 강 여행으로 5일 동안 노를 저으며 자연, 타인 그리고 자신이 온전히 관계되어 있음을 이해하는 홀로 있음의 경험은 흥미롭다. 유서 쓰다 지쳐서 아직 못 죽었다는 한 장례지도사는 직접 쓴 유서를 마주하고 삶의 의미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길 권해온다.

또 성격이 완고한 아버지의 눈물을 마주하곤 마치 그가 ‘아이’로 느껴졌다는 소설가의 회상은 깊은 연결과 유대감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매일의 업무가 직장인의 기술이 되어버렸다고 토로하는 화가는 ‘내게 가장 혹독한 사람은 나인지도 모르겠다’라며 일상에서 마주하는 모두에게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책을 구성한 스물 두 개의 장은 마치 타로의 ‘메이저 아르카나’를 연상케 한다. 타로는 크게 22장의 ‘메이저’와 56장의 ‘마이너’로 구성된 점술 도구다. 타로에서는 메이저 아르카나만 활용해도 상담이 가능한데, 이는 삶의 큰 맥락을 짚어주는 성격의 카드이기에 그렇다. 무한한 자유를 의미하는 카드인 ‘바보l’를 시작으로 고귀한 지성, 규칙과 도덕의 정서적 귀감,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 일순간의 붕괴 등 22장의 카드는 삶의 면면을 담고 있다.

자신을 찾아가는 삶의 이야기와 함께 위한 마음챙김과 명상의 이야기도 함께 구성했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레이디 가가··· 이름만 들어도 그가 누구인지, 어떤 분야에서 자기다운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는 사람인지 알 만한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명상러’라는 점이다. 흔히 ‘알아차림’이나 ‘마음새김’으로도 불리는 ‘마음챙김(Mindfulness)’은 현재 순간에 일어나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으로 대표적인 명상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고민과 걱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MZ세대에게서도 인기를 끄는 힙한 라이프스타일로 꼽히고 있다.
책에서는 마음챙김과 명상에 대한 이해와 적용을 위한 내용을 공감되게 소개한다.

하버드 신학대학원 펠로우인 캐스퍼 터 카일은 현대인을 대표하는 개념으로 ‘관계’, ‘연결’ 그리고 ‘일상’을 꼽았다.
그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수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편한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인 혹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되었다는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 온전한 ‘자기다움’을 발견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시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오현성 출판편집자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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