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만 영세 소상공인 절규 끝내 외면한 국회… 野,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안 거부
2024.02.01 18:28
수정 : 2024.02.01 22:36기사원문
여야가 1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를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합의는 결렬됐다. 한때 더불어민주당이 합의처리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놓고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거부됐다.
이에 따라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의 본회의 합의처리는 무산됐다.
■野, 與 양보에도 중처법 유예 반대…"노동자 생명권 보장"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요구사항이었던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협상안에 포함시키며 2년 유예안을 제시했다. 윤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어제 오후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해 민주당이 요구하는 절충안으로 협상안을 제시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고 산업안전보건청도 2년 후에 개청하는 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여당이 제시한 '산안청 2년 후 개청' '중처법 작용 2년 유예' 등 중재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지만 끝내 거부하기로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취재진을 만나 "산업현장에서의 노동자 생명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야당의 거부에 여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의총을 통해서 우리 당이 제시한 협상안을 끝내 걷어찼다"며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외면한 민주당의 비정함과 몰인정함에 대해 국민들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유예안 거부 소식을 듣고 "끝내 민생을 외면했다"면서 "여당 원내대표가 민주당이 그동안 요구해온 산안청을 수용했음에도 민주당이 거부한 것은 결국 민생보다 정략적으로 지지층 표심을 선택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관련 대책을 강구할 것을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여당의 중재안을 수용할 경우 오히려 여당의 생색내기를 위한 들러리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적으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안청 개청이라는 중재안을 이끌어낸 만큼 2월 임시국회에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산안청 역할과 기능이 담긴 중재안으로 합의를 시도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2월 임시국회에서 추가 보완 협의를 통해 총선 전에 중처법 유예안이 합의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센 데다 여야 모두 총선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 문턱 넘은 민생법안
이날 본회의에선 다양한 민생법안들이 의결됐다. 우선 '가상융합산업 진흥법 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메타버스(3차원 가상현실)산업 진흥을 위한 각종 근거가 마련됐다. '약사법 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약국 시설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 약사·한약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와 약사·한약사나 약국 이용자를 폭행·협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골자다.
지역가입자가 실거주를 위해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구입·임차하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 등을 받고 공단에 통보하면 해당 대출금액을 보험료부과점수 산정 때 제외하도록 하는 취지인 국민건강보험 개정안도 처리됐다.
이 외에도 자동차 번호판 봉인제도를 폐지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과 주차장에서 야영·취사를 금지하는 '주차장법 개정안',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 주차방해 행위를 금지하는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현행 500만원인 고향사랑 기부금의 개인별 연간 상한액을 내년부터 2000만원으로 올리는 '고향사랑기부금법 개정안'도 여야 합의로 처리됐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전민경 김학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