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뺐는데 십자가 담은 尹 불교계 선물..비서실장 사과방문
2024.02.01 21:50
수정 : 2024.02.01 21:5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불교계에 전달한 설 선물에 십자가 등이 담긴 그림과 기도문이 동봉돼 논란이 일었다.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1일 즉시 불교계를 찾아 사과했다.
전날 공개된 윤 대통령 부부가 준비한 설 선물이 담긴 상자에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환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담겨있다.
대통령실은 전통주와 소고기육포 등 선물 구성을 밝히면서 불교계에는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로 바꿔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불교계가 음주와 육식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정작 한 눈에 보이는 선물상자에는 십자가 등이 담긴 그림을 넣고, 기도문까지 동봉한 것이다.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 편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논란이 일자마자 이관섭 비서실장이 나섰다. 이 실장은 이날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방문해 사과했다. 이 실장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만나 “저희가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많이 짧았다. 결례를 용서해 달라.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좀 더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에 진우 스님은 “빨리 오셔서 직접 말씀해주시니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의도적인 게 아니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질병과 편견으로 아파했던 한센인들을 응원하고 소록도가 치유의 섬으로 바뀌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선물 포장에 한센인들이 그린 그림을 선정한 것”이라며 고의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불교계 앞으로 보낸 선물을 모두 회수하고 새로 포장해 다시 보내기로 했다. 이미 선물을 받은 인사들에게는 별도로 사과의 뜻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