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한 이집트, 피라미드 부실 복원 논란

      2024.02.03 01:00   수정 : 2024.02.03 0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 회복을 위해 문화재 복원 사업 및 각종 관광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피라미드 복원을 선언하면서 세계적인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역사 전문가들은 이집트 정부가 탁상 행정으로 문화재를 망친다고 주장했으며 인터넷에는 피사의 사탑도 다시 펴라면서 조롱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집트 정부, 피라미드 외장재 복원 추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정부가 추진하는 ‘멘카우레 피라미드’ 복원 공사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멘카우레 피라미드는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 기자 고원의 ‘3대 피라미드’ 가운데 높이가 65m로 가장 작은 피라미드다. 기원전 2510년에 건축되었으며 완성되지 못하고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피라미드의 내부는 석회암으로 건축되었고 석회암과 화강암을 외장재로 사용해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었다. 건설 당시 피라미드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하단 16개 층은 붉은 화강암으로 마감했으며 나머지 윗부분은 석회암으로 마감했다.

현재 피라미드의 외장재 대부분은 사라져 계단 모양의 내부 자재가 밖에 노출되어 있다. 하단의 화강암 마감의 경우 7개 층만 일부 남아있다. 피라미드 주변에는 마감재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화강암 덩어리들이 지금까지도 흩어져 있다.

이집트의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1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영상을 올려 피라미드 주변에 흩어진 화강암을 모아 원래 있던 자리에 복원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영상에서 이집트와 일본의 전문가 연합이 1년간의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이후 피라미드의 3분의 1을 덮고 있던 화강암 마감재를 복원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복원 사업에 약 3년이 소요된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공개된 영상에는 이미 인부들이 피라미드 하단에 화강암 마감재를 설치하는 모습이 촬영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해외의 한 누리꾼은 해당 영상에 대해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을 펴는 작업은 언제 하느냐”라고 조롱했다. “벽돌 대신 벽지를 바르는 것은 어떠냐”는 반응도 있었다.

이집트 아랍 과학기술해양운송대학교의 모니카 한나 고고학·문화유산 학장은 복원 소식에 “불가능하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집트 문화유산 관리들의 부조리를 언제쯤 멈출 수 있겠냐"라면서 "복원에 관한 모든 국제 원칙은 이런 식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고학계 인사들이 나서 이번 공사에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유치에 급급해 부실 복원 우려
이집트 기자 미스르 공과대학의 이브라힘 모하메드 골동품 복원학 부교수는 피라미드 근처에 떨어져 있는 화강암들이 원래 피라미드 재료였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암석들 대부분이 연마를 거치지 않았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에 외장재를 설치하기 전에 연마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모하메드는 연마를 거치지 않은 돌들을 지금 연마해 설치하거나 석재를 고치는 행위가 "처음 피라미드를 미완성으로 내버려뒀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작업에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카이로 소재 아메리칸 대학의 살리마 이크람 이집트학 교수는 이번 공사가 합리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화강암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합리적인 복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어디서 온 것인지 불분명한 벽돌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현재의 피라미드가 화강암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NYT는 관광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여러 복원 사업과 함께 이번 멘카우레 피라미드 복원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관광 산업에 의존하는 이집트는 ‘아랍의 봄’으로 불린 2011년 민주화 시위와 이어진 치안 불안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집트의 관광 산업은 2019년에 겨우 살아나는 듯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무너졌고 2022년에야 조금씩 회복됐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관광 부문 투자액을 전년 대비 20% 늘린 3억달러(약 3969억원)로 책정하고 각종 관광 기반시설 확보에 나섰다. 현재 이집트 정부는 알렉산드리아 그레코 로만 박물관 재개관, 카르낙 신전 열주실과 왕가의 계곡 복원, 그랜드 이집트 박물관 개관 등 대규모 관광 투자를 추진 중이다.

한편 와지리는 이번 복원 사업의 초기 단계에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 일본 파트너가 전적으로 부담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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