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상 8관왕 '성난 사람들' 스티븐 연·이성진 "진실성 담아내…겸허"(종합)

      2024.02.02 11:35   수정 : 2024.02.02 11:35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이성진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은 '성난 사람들'이 세계적 시상식에서 상을 석권했다. 두 사람은 이에 대한 뜻깊은 소감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의미를 직접 전했다.

2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 온라인 화상 간담회가 열려 스티븐 연, 이성진 감독이 참석했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총 10부작으로 지난해 4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이성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한국계 미국인 스티븐 연과 베트남계 연기자 앨리 웡이 주연을 맡았다.

이성진 감독은 이날 작품의 인기에 대해 "전 세계 많은 분들이 '성난 사람들'을 보고 이 이야기의 각자 캐릭터에서 자신의 일부를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스티븐 연과 초기부터 이야기했는데 우리는 솔직하고 어두운 부분을 조명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고, 상호 간에 보면서 이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어두운 내면을 남에게서 볼 때 비로소 이해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았나 싶다"고 평했다.

또한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너무 큰 질문인데, 많은 부분을 저희 작품에 담았다"라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한국계 미국인의 정체성을 '성난 사람들'에 전면적으로 담은 건 아니지만 실제적으로 내러티브 안에 유기적으로 잘 녹아들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미국에서 사는 것도 그와 비슷하다"라며 "늘 그런 주제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주제가 내 안에 깊이, 존재 자체에 대해 박혀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들이 제 작품에 담겨있고, 언젠간 만들 영화에도 담아내고 싶은 주제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렇게 작품성을 인정받은 '성난 사람들'은 제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미상)에서 미니 시리즈·TV 영화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을 받았다. 또한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을, 베트남계 연기자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더불어 캐스팅상과 의상상, 편집상까지 수상하며 총 8관왕을 기록했다. 또한 제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도 TV 미니시리즈, 영화 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스티븐 연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사실 이런 것들을 예상하긴 쉽진 않고 기대할 뿐이다"라며 "서로 함께 만들어간 이들이 하고자 한 이야기에 깊게 관여했고 그 과정 안에 푹 빠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사람들의 반응이 좋을 것인지 나쁠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작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더 시사점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이렇게 말한 건 저희가 모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이야기 등과 자각하지 못했던 이야기 등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결과적으로 가장 깊이 느낀 건 감사함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상 소감에 대해서도 "사실 할 말을 준비할 수 있을지 모르겠고 혹시라도 올 수 있을 영광의 순간을 위해 제 머리 속에서 샅샅이 뒤져 잊지 않으려고 생각을 많이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다 잊어버리곤 했다"라며 "제가 운이 좋은 건 훌륭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아내도 그렇고 이 감독님도 그렇고, 여기 서 있는 순간들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에미상 수상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되게 피곤해요"라며 너스레를 떤 뒤, "너무 좋다. 내가 속한 공동체 등에 내 예술을 인정받는 건 기쁜 일이다, 그리고 겸허해진다"라며 "내가 처음에 시작했을 때 어땠는지,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스티븐 연이 말했듯 감사하단 생각을 한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최대한 많은 분들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잠깐이라도 일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영향을 준 것을 생각해 보면 겸허하고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밝혔다.

스티븐 연은 이민자인 대니를 완벽하게 연기하며 남우주연상을 꿰찼다. 그는 "이민자 현실은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잘 알고, 감독님과 앨리 웡님과의 협력도 있었다"라며 "구체적인 경험을 하나하나 모으거나 그런 경험을 충실히 담아내되 그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든, 인간성을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진실성이 드러날 수 있는 주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통해서 얻어낸 이야기가 이 작품에 활용된 건 아니었고 이야기를 받아들인 것이지 소비를 위해서 화면에 담아내는 접근은 아니었고 우리 것으로 소화하고 만들자는 게 컸다"라며 "우리는 진실성을 담아내는 데 노력했고, 그 과정 자체가 우리 이야기의 창작 활동이자 표현의 방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티븐 연은 송강호와 같은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는 평에 대해 "감독님과 늘 하는 얘기에서 공통의 영혼과도 같은 존재가 바로 송강호 배우"라면서 "그건 말도 안 되는 비교라고 생각하고 그 비유를 반박하도록 하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사실 저는 제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되돌아봤을 때 내가 참 긴 길을 지나왔다고 생각한다"라며 "기쁘게 생각하는 부분은 제가 이전보다 나 자신이 누군지 조금 더 알게 됐다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품어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감사드리고, 수많은 성원과 지지에 감사하다"라며 "지난 8월, 10월에 한국에 가서 가족과 많은 분들을 만나서 다양한 피드백을 들었는데 기뻤다, 한국계 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분들에게도 많은 공감을 이뤘다는 걸 들어서 그런 소감이 특별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성원에 감사하고, 조만간 다른 작품들로 마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스티븐 연도 "너무 감사하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전 세계 국가, 특히 한국과 깊이 연결할 수 있어서 기쁘고 멋지고, 보람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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