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물 십자가 그림 논란에..한센협회 “소록도 근처 담은 것뿐”
2024.02.02 11:41
수정 : 2024.02.05 11: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불교계에 전달한 설 선물이 담긴 상자에 성당과 십자가가 그려져 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에 그림을 그린 당사자들은 한센인들 측인 한국한센복지협회장이 ‘편견’이라며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김인권 회장은 2일 윤 대통령 부부에게 보낸 서신에서 “우리 그림 속 십자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이 생긴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소록도에만 살다보니 근처 문화재를 그림에 담은 것뿐인데, 다른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편견으로 보였다니 안타깝다”고 했다.
김 회장은 “그림 속의 십자가는 외로움을 채우고 버틸 수 있게 하는 우리에겐 걷기 위한 지팡이였고 누군가가 내밀어준 간절한 삶의 손길 같은 것이었다”며 “대통령실에서 찾아와준 분들 덕분에 우리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퍼져나가 많은 관심을 받는다는 건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이상 소외되고 외면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을 갖게 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어 “소록도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한센인의 간절한 바람은 우리 그림으로 인해 벌어진 모든 분들의 오해가 풀리고 다툼 없는 행복한 설날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윤 대통령 부부가 준비한 설 선물이 담긴 상자에는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 환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담겨있다. 성당과 십자가, 묵주 등이 그려져 있다. 거기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한센인 환자의 기도문도 동봉돼있다.
대통령실은 전통주와 소고기육포 등 선물 구성을 밝히면서 불교계에는 아카시아꿀과 표고채로 바꿔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불교계가 음주와 육식을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 것인데, 정작 한 눈에 보이는 선물상자에는 십자가 등이 담긴 그림을 넣고 기도문까지 동봉한 것이다. 불교계 일각에서 종교 편향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이유다.
논란이 일자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나섰다. 이 실장은 전날 황상무 시민사회수석과 함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직접 방문해 사과했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