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만하면 버텨야"...지원 '양극화'에 중산층 후순위로

      2024.02.11 10:00   수정 : 2024.02.11 10: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없는 살림에도 부양책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 부담은 고스란히 '먹고 살기'가 가능한 중산층에 몰리고 있다. 임시로 도입했던 기업 대상 투자세액공제는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고, 금융 투자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취약계층 대상의 유류세, 일자리 보조금 등 지원 역시 규모를 키웠다.

'건전재정' 기조 아래 늘어난 지출만큼 줄어든 부분을 감당하는 것은 별다른 지원책을 받지 못한 '허리층'일 수밖에 없는 모양새다.

11일 기준 정부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24조원, 양도소득세 14조8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오히려 근로소득세는 1조2000억원이 늘어났다.
약 56조원의 결손이 발생하는 동안 경기 부진의 일부를 꾸준한 월급쟁이들이 부담해온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근로소득세수가 연 평균 11% 가량 늘어나는데 비해 지난해 증가율은 3% 수준에 그쳤다"며 "세수 증가 역시 고소득층 위주로 늘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기준 약 연봉 8000만원 이상인 소득 상위 10%가 부담하는 근로소득세수는 73.2%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부유층에서 대부분의 세금을 부담한 만큼 중간 계층의 부담은 적었을 것이라는 의미다.

다만 소득 상위 50%를 밑도는 계층에서는 실질적인 부담률이 1% 미만으로, 여전히 연봉 8000만원 이하의 일반 직장인의 부담도 적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상위 10%의 부담률은 2017년 74.5%에서 2018년 73.7%, 2019년 72.5%, 2020년 73.1%로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일반적인 직장인의 중위소득이 3000만원 선임을 감안할 때 근로소득 세율은 15%, 연차가 쌓인 중년 직장인이 연 4600만원 이상을 수령할 경우 24%의 소득세를 부담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느끼는 심리적인 세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도 일정 기간 내수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관련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과세 구간을 일부 조정한 것 이외에는 근본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온누리 상품권 등 일부 공제 혜택을 늘렸지만 대부분 '소비성 공제'로 직접적인 혜택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추가적인 소비를 줄이는 편이 더 낫다는 심리가 높아서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서 정부는 "서민·중산층 위주의 세부담 완화에 집중했다"며 약 4300억원 수준의 세수감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4300억원 가운데 취약계층 지원과 투자활성화를 위한 고소득자 감면이 포함됐음을 감안하면 중산층 파이는 그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 따르면 임시투자세액공제 등 대기업 대상 공제로 발생하는 세수감은 1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유혜미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나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가 정책에 우선 순위 선정이 중요한 때"라며 "구조개혁 등 중장기적 생산성과 함께 당장 생활이 어려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인 중산층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급한 불이 꺼진 다음에 고려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감세 등 혜택이 많아지다보니 중산층에서 소외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서도 "감세를 혜택이라고 여기는 풍토를 조성해서는 안되고 구성원 모두가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필요하지만 대기업 등 부유층은 중산층과 함께 공정한 시스템 내에서 세금을 내야 한다"며 "지원이 감세 경쟁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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